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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詩鏡 - 시가 있는 목요일
안녕하세요. 박정자입니다.
8월에 들어서자마자 코끝에 스미는 가을향기, 저만 유달리 성급한 걸까요. 더욱이 사계절 없는 적도 근처에 살면서 말이죠. 가을을 떠올리니까 추석도 생각나구요... 지금, 곡식과 과일들은 8월의 따가운 햇볕이 아까워 마지막 단맛을 채우느라 분주하겠죠?
오늘은 아까운 햇볕 놀리지 말고 잘 쓰라고 당부하는 정진규 시인의 시 감상해보세요.
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 / 정진규
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는 말씀을 아시는가 이것은 나락도 거두어 갈무리하고 고추도 말려서 장에 내고 참깨도 털고 겨우 한가해지기 시작하던 늦가을 어느 날 농사꾼 아우가 한 말이다 어디 버릴 것이 있겠는가 열매 살려내는 햇볕, 그걸 버린다는 말씀이 당키나 한가 햇볕이 아깝다는 말씀은 끊임없이 무언갈 자꾸 살려내고 싶다는 말이다 모든 게 다 쓸모가 있다 버릴 것이 없다 아 그러나 나는 버린다는 말씀을 비워낸다는 말씀을 겁도 없이 지껄이면서 여기까지 왔다 욕심 버려야 보이지 않던 것 비로소 보인다고 안개 걷힌다고 지껄이면서 여기까지 왔다 아니다, 욕심도 쓸모가 있다 햇볕이 아깝다는 마음으로 보면 쓸모가 있다 세상엔 지금 햇볕이 지천으로 놀고 있다 햇볕이 아깝다는 뜻을 아는 사람은 지금 아무도 없다 사람아 사람아 젖어있는 사람들아 그대들을 햇볕에 내어 말려 쓰거라 끊임없이 살려내거라 놀고 있는 햇볕이 스스로 제가 아깝다 아깝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