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라마단 시작일은 이달 28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슬람에게 성스러운 달인 라마단을 앞두고 양승윤 한국외대 명예교수의 '인도네시아 라마단 풍경'을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편집자주)
성월(聖月) 라마단 / 따라위
글: 양승윤 한국외대 명예교수
모든 인간은 순수하게 태어나지만, 속세를 살아가면서 죄를 짓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일 년에 한 번 알라께 자신이 지은 죄를 고하고 다시 순수한 상태로 돌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이슬람의 가르침이다.
이슬람력으로 라마단 달이 이를 행하는 기간인데, 이 한 달 동안 해가 떠 있는 동안은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다. 인간의 본초적인 욕망인 일체의 음식물 섭취를 일시적으로 끊음으로써 알라에 대한 경외감을 보다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1년이 365일인 태양력과 달리 태음력인 이슬람력은 1년이 355일이기 때문에 라마단은 매년 10일 정도 당겨진다. 1989년에는 이둘피트리가 양력으로 5월이었는데 2014년에는 7월 하순이 된다. 이슬람력 라마단을 인도네시아에서는 불란 뿌아사(bulan puasa, 단식월)라고 하며, 한 달 동안 금식하는 행위를 버르뿌아사 (berpuasa)라고 한다. 뿌아사에서 제외되는 사람들도 많다. 환자와 노인, 임산부와 생리중인 여자도 이에 해당한다.
▲ 라마단 기간에 한 쇼핑몰에 있는 커피전문점. 단식하는 무슬림을 배려해 내부를 커튼으로 가렸다. (자료사진) 라마단을 뜻하는 뿌아사
뿌아사의 시작은 ‘물라이 뿌아사(mulai puasa)’라 하고 새벽 4시경에 시작된다. 초등학생 정도의 어린아이도 새벽 예배 참석을 위해서 깨운다. 그러나 하루 종일 지속되는 뿌아사가 아이들에게는 무리이기 때문에 이들은 정오 예배 시까지만 금식하게 한다. 하루 종일 금식을 끝내고 다시 식사하는 것을 ‘부까 뿌아사(buka puasa)’라고 한다. 이 시간대는 오후 6시경이다.
무슬림들에게 라마단은 한 달 동안은 알라를 향한 경건함을 유지해야 하는 기간이다. 새벽 3시경에 일어나서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한다. 꼭 목욕을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는 사람도 있다. 4시 전에 하루 종일 뿌아사를 하기 위해서 이른 조반을 먹는다. 이를 마깐 사후르(makam sahur)라고 한다. 4시 반 경에는 동네의 이슬람 사원에 모여 새벽예배(sholat subuh)를 드린다.
뿌아사 기간 중에 예배도 평소와 다르지 않다. 이슬람교도가 가지는 기본적인 의무(wajib)의 하나가 하루 다섯 차례 알라를 경배하는 예배에 참석하는 것이다. 새벽 예배 외에도 정오의 낮예배 (zuhur), 오후 3시경의 오후예배(ashar), 5시 반경의 저녁예배(maghrib), 7시경의 밤예배 isya가 있다.
뿌아사 기간 중에는 밤 예배 이후에 추가로 따라위예배(sholat tarawih)를 드린다. 이 예배는 무슬림들의 의무 사항이 아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이슬람 양대 조직인 나들라뚤울라마(NU)는 뿌아사 기간 동안 23회의 따라위 예배 참석을 주장하고 있으며, 무함마디야(Muhammadiyah)에서는 11회 이상 따라위 예배에 참석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부까 뿌아사를 여럿이 함께 할 때나, 부까 뿌아사 후에 사원에서 따라위 예배를 드릴 때는 특별하게 꿀뚬(Kultum)이라 하여 짧게는 5~6분에서 길게는 20~30분 정도의 연설이 있게 마련이다. 꿀뚬은 ‘7분 간의 강의(kuliah tujuh menit)’라는 의미의 약자인데, 뿌아사와 관련된 원로들의 덕담이나 무슬림들이 행하여야 할 의무를 설파하거나 아무개의 선행 같은 것을 소개한다.
동네 사원에서는 이슬람 교리를 가르치는 끼야이(kiyai)나 동네 어른이 꿀뚬 연사로 초대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우스타즈(ustadz)라 하여 젊은 이슬람 예비 교사가 나서기도 하고 마이크를 잡고 ‘한 마디 하고 싶어 하는 사람’ 누구라도 가능하다. 부까 뿌아사에 초청받은 외국인 교수에게도 꿀뚬을 권유하기도 한다.
대학 학과 회의 같은 것도 금식 중인 낮에 소집하는 것을 피하고 부까 뿌아사를 이용한다. 예를 들면, 학과 회의에서 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학과장이 부까 뿌아사를 준비하고 학과 교수들을 자기 집으로 초청한다. 오후 4시쯤 학과 회의를 시작해 1시간 반쯤 회의를 진행하고, 부까 뿌아사를 해야 할 시간에 맞추어서 서둘러서 회의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