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詩鏡 – 소금창고 / 송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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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鏡 – 소금창고 / 송찬호

기사입력 2014.06.1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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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詩鏡 – 시가 있는 목요일

안녕하세요. 박정자입니다.

돌아보니 지나간 젊은 날이라 해서 모두 아름다웠던 것은 아니더군요. 오히려 뜨겁고 목마른 날들을 견뎌야 했던 젊은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미당 서정주 시인은 ‘나를 키운 8할이 바람’이라고 했을까요. 하긴 좌충우돌 없는 젊은 날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 시간들을 지나와 이제쯤 알게 된 것은 사람들은 누구나 소금창고 하나 마음 안에 짓고 산다는 것이지요. 소금창고처럼 사랑에 기대는 법 없이 저 혼자 낡아가는 법을 알게 된다는 것이지요.





소금창고 / 송찬호

돈 떼먹고 도망간 여자를 찾아
물어물어 여기 소금 창고까지 왔네, 소금 창고는 아무도 없네
이미 오래전부터 소금이 들어오지 않아 소금 창고는 텅 비어 있었네
나는 이미 짐작한 바가 있어, 얼굴 흰 소금 신부를 맞으러
서쪽으로 가는 바람같이 무슨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온 건 아니지만,

나는 또, 사슴 같은 바다를 보러 온 젊은 날같이
연애 창고인 줄만 알고 손을 잡고 뛰어드는 젊은 날같이
함부로 이 소금 창고를 찾아온 것도 아니지만,
가까이 보이는 바다로 쉬지 않고 술들의 배가 지나갔네
나는 그토록 다짐했던 금주禁酒의 맹세가
또, 여자의 머릿결 적시던 술이 생각나
바닷가에 쭈그리고 앉아 오랫동안 울었네

소금 창고는 아무도 없네
그리고 짜디짠 이 세상 어디엔가 소금같이 뿌려진 여자가 있네
나는 또, 어딘가로 돌아가야 하지만
사랑에 기대는 법 없이 저 혼자 저렇게 낡아갈 수 있는 건
오직 여기 소금 창고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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