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대표적인 관광지인 발리와 롬복은 활기찬 밤 문화로 유명하다. 관광객들은 열기가 가득한 술집들에서 저렴한 술을 마음껏 즐긴다.
그 중에서도 가격이 저렴한 ‘아락(arak)'은 쌀 또는 야자 수액으로 만드는 발리 전통주로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수천 명의 발리인들에게는 아락 생산이 생계 수단이고, 대표적인 아락 생산지는 까랑아슴 지역이다. 발리 관광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3월 기준 깔랑아슴 지역에만 아락 생산 허가를 받은 양조장이 1,037개다.
하지만 비전문가들이 제조하는 품질이 열악한 아락은 종종 독극물이 되기도 한다.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영세 술제조업자들이 아락에 알코올 함량을 높이기 위해 메탄올이나 모기약 등을 섞는데, 메탄올은 사람이 마실 경우 실명과 신장 손상이 발생하고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발리 북부 블르릉군 반자르 지역에서 지난 14일 오전 주민 3명이 아락을 마시고 사망했다. 세 명은 같은 술을 나눠 마신 후 구토, 심한 두통, 위통, 신장 기능 마비, 혼수 등 메탄올 중독 증세를 보여 싱아라자 종합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사망했다.
지난해 12월 31일에는 호주 청년 리암 데이비스(19세)가 롬복에서 아락을 마시고 메탄올 중독으로 사망했다. 또 영국 배낭여행객 케니 에먼스는 제대로 된 진(Jin) 상표가 붙은 병에 담긴 술을 마시고 사망했다. 케니가 마신 술에 메탄올이 섞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이 술병은 빈병을 재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호주와 영국 언론은 이들의 사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영국과 호주 정부는 발리 지방정부에 사건 조사와 적절한 조치를 촉구하고, 현지에서 생산하는 술에 엄격한 법규정을 적용하라고 요구했다.
2009년 한 해 동안 발리에서 아락을 마시고 18명이 사망했다. 발리에서 유해 술의 문제가 시간이 갈 수록 심각해지자, 발리 지방정부는 2012년 주지사령 No71을 제정하고 공공질서요원(Satpol PP)과 협력해 유해 술의 생산과 유통을 감시하는 등 유해 술을 근절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식품의약품감독청(BPOM)과 현지 보건 당국은 상표가 붙지 않은 술이나 공식 허가를 받지 않은 술을 상점, 호텔, 술집에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정기적인 단속을 펼치고 있다.
서부누사뜽가라(NTB)주 관광국도 롬복을 찾는 관광객을 보호할 수 있도록 관내 술집과 관광지에서 유통되는 술을 엄격하게 단속하라고 지방정부와 행정당국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