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천 개의 종족.. 천 개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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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종족.. 천 개의 이름

기사입력 2013.10.1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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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성철 데일리인도네시아 대표

400개가 넘는 종족과 언어, 석기문화와 첨단기술의 공존, 열대우림에서 만년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함이 공존하는 곳이 인도네시아다. 이질적인 문화가 어색하지 않게 어우러지는 인도네시아에서 그들의 이름짓기를 통해 인도네시아 사람을 들여다본다.

다종족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사람의 이름에는 종족적 특징이 강하게 표현돼 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작명 관행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것이 있다. 종족적인 전통뿐만 아니라 문화적 지향, 종교, 계층, 지역, 나아가 개인의 취향까지 이름짓기에 반영되어 있다.

인도네시아 사람의 이름만 듣고도 그 사람이 무슨 종족인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이는 결코 종족들을 서로 비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다양하고 복잡한 인도네시아 사회와 문화를 접근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인도네시아 사람의 이름은 지위 사회적 수준, 태어난 날, 가문 등 다양한 정보를 알려준다. 하지만 완전한 정보라고는 말할 수 없으며, 지구촌시대에 작명도 글로벌화 되는 만큼 각각의 정체성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사람, 특히 자바사람의 경우 단일이름이 많다. 초대 대통령 수까르노와 제2대 대통령 수하르또가 단일이름이다. 동부자바 수라바야 출신인 수까르노는 태어날 때 그의 부모가 지어준 이름이 ‘꾸스노 소스로디하르조’였다. 아이가 자주 질병에 시달리자 그의 부모는 이름이 아이를 누른다고 판단하고 ‘수까르노’로 개명한다. 대부분 인도네시아 사람의 이름에는 조상이 준 성(姓)이 없으며 자바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단일이름을 가지고 있다. 수까르노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현지 기자들이 수까르노의 단일이름에 대해 의아해 하고 ‘아흐멧’이라는 이름을 덧붙여, 일부 서방국가에서 아흐멧 수까르노라고 불리기도 한다.

부기스족인 B.J. 하비비 제3대 대통령과 조상이 중국계인 압두라만 와힛 제4대 대통령은 이슬람식 이름이다. 자바식 이름을 가진 메가와띠 수까르노뿌뜨리 제5대 대통령은 아버지인 수까르노의 이름을 뒷부분에 붙였지만 성은 아니다. 역시 자바 출신인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현 대통령과 그의 아들 ‘에디 바스꼬로 유도요노’는 각자 3개의 이름을 갖고 있지만, 그 가운데는 성이 없고 ‘유도요노’조차 엄밀히 말하면 성은 아니다.

과거에는 종족이나 지역별로 정체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지만, 근래에는 시대 변화에 맞춰, 부모의 개인적 경험이나 취향, 부모가 좋아하는 사람, 감사하고 싶은 사람, 자식에게 품은 소망 등이 이름에 담겨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고정관념을 깨고 유연한 사고로 이름을 짓는다. 족자 출신으로 자카르타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30대 여성에게 자녀의 이름짓기에 대해 물었다. 첫째 여자아이의 이름은 케시아 라마다니 마울라마(Cheisya Ramadhani Maulana)로 지었다. 순서대로 ‘제왕절개 수술을 해서 라마단 달에 낳았고, 지도자가 되기를 소망한다’라는 의미이다. 둘째 남자아이의 이름은 가나빠띠 나라닷바 마울라나(Ganapatih Naradatva Maulana)라고 지었다. 순서대로 ‘멋진 남자이며, 나라닷바와 같은 지도자가 되기를 소망한다’라는 의미이다. 가운데 나라닷바는 아이를 낳을 당시 유명했던 인도의 지도자라서 이름에 넣었는데 잘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해 이름을 지을 때 심각하게 고민하지는 않는 듯 보였다.

중부자바 스마랑 출신으로 자카르타에서 직장을 다니는 또다른 30대 여성은 자신의 아버지가 남동생 이름을 에끼 위자야(Ekki Wijaya)로 지었다며, ‘에끼’는 자신의 이름(Ikke)을 뒤집은 것이고 ‘위자야’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크게 세력을 확장했던 고대왕국인 마자빠힛 왕조의 첫 번째 왕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설명했다.

이름을 통해 그 사람의 종교가 거의 드러난다. 이슬람식 이름으로 무함마드 로비, 입누 쁘라보워, 압둘 아지즈, 파미 이드리스, 시띠 아이샤, 또픽 히다얏 등이다. 개신교 또는 가톨릭 이름으로는 요하네스 뜨리요노, 아나스타시아 뿌뜨리, 카타리나 레스따리, 베로니카 드위, 마리아 마가레타 등이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대부분 성을 갖고 있지 않지만 이름 자체는 우리보다 훨씬 길다. 그래서 사적인 자리에서는 부르기 편하게 짧은 애칭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예를 들면, ‘부디아르또’는 ‘부디’라고 줄여서 사용한다. 하지만 공적인 경우 Drs.(인문학사), Ir.(공학학사), S.H.(법학학사), S.E.(경제학사) H(하지를 다녀온 사람), Kyai(이슬람지도자) 등 붙여 경력을 나타내므로 이름이 더 길어진다.

▲ 자료사진

자바사람의 남자이름 뒤에는 알파벳 ‘o’가 붙는 경우가 흔하다. 자바족은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의 45%를 차지한다. 일부는 단일이름을 갖는 게 특징이다. 흔한 이름으로 아이의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라는 의미에서 슬라멧(Slamet)이라는 이름이 있다. ‘위도도’라면 십중팔구는 자바사람이다.
자바사람들이 이름은 수부로또 수까르노, 수하르또, 위도도, 사르또노, 수만또노, 하디꾸스노, 수하르조노 등 ‘o’ 음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자녀를 많이 낳았던 시절에 자바사람들은 태어난 순서에 따라서 에까(Eka), 드위(Dwi), 뜨리(Tri), 짜뚜르(Catur), 빤짜(Panca) 등을 붙이고 뒤에 개인 이름을 추가해 에까 위자야, 드위 리얀또 등으로 이름을 지었다.

자바섬 서부 지역에 거주하는 순다족은 인도네시아 인구의 13.6%를 차지하며, 자바족에 이어 두번째로 큰 종족 집단이다. 순다 사람의 이름의 특징은 꾸스마아트마자, 수한다, 수하냐, 주안다 등 ‘a’로 끝나는 경우가 많으며, 이외에도 우장, 쩨쩹, 다당 등이 흔한 남자이름이다. 또한 순다사람들은 이슬람 신앙이 독실해 이슬람식으로 작명한다.

발리 힌두 사회에서는 한 사람이 최대 여섯 가지가 개인이름을 갖는다. 카스타(Kasta)라고 칭하는 카스트(the Caste) 명이 맨 앞에 나오고, 출생 순서를 나타내는 이름이 나온 뒤에 맨 마지막에 개인이름이 붙는다. 구스띠 와얀 라마(Gusti Wayan Rama) 같은 형태이다. 가장 흔한 발리의 개인 이름으로 남자는 라마(Rama)와 아르야(Arya)가 있고, 여자는 샨띠(Shanti)와 라띠(Ratih)가 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출생순서에 따른 이름이다. 보통 첫째 아이에게는 와얀(Wayan), 둘째에게는 뇨만(Nyoman), 셋째에게는 마데(Made), 넷째에게는 끄뚯(Ketut)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그 다음 아이부터는 이 순서를 반복하여 부른다. 그러므로 다섯째 아이는 다시 와얀이 되고 여섯째는 뇨만이 된다. 와얀 대신에 뿌뚜(Putu)를 쓰기도 한다.

중국인들이 19세기 후반에 농장과 광산 노동자로 대거 수마트라섬과 자바섬으로 이주한다. 이때 이주한 중국인들은 뻐르아낙안(Peranakan)이라 부르며, 3대 이상 살아서 현지 사회에 거의 동화되어 인도네시아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반면 이주 기간이 1~2대 정도 지난 중국인은 또똑(totok)이라 부르며 동화가 덜된 편이고 정체성도 중국에 가깝다. 화교 중에 메가와띠 전 대통령 정부에서 경제조정장관을 지낸 ‘퀵 끼안 기’는 중국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나, 현 관광창조경제장관인 ‘마리 엘까 빵에스뚜’는 인도네시아식 이름을 쓰고 있다. 중국사람들이 많이 쓰는 인도네시아식 이름으로는 구나완, 찬드라, 헨드릭, 헨드라 등이 있다.

또바 호수를 중심으로 거주하고 있는 바딱 사람은 성을 가지고 있다. 시나가, 실리똥아, 빵아베안, 후따뻬아, 시만준딱. 시마뚜빵, 루비스, 나수띠온, 또빙 등이다. 바딱 사람은 개신교, 가톨릭, 이슬람 등 다양한 신앙을 갖는다. 바딱사람이지만 ‘아흐맛 시레가르’는 무슬림이고, ‘알베르투스 시만준딱’는 개신교 신자다.

미나하사족은 마나도를 비롯한 술라웨시 북부에 거주하며 대다수가 기독교인이다. 성은 라땅, 링가, 까윌랑, 그룽안, 루만띠르, 만띡 등이다. ‘스테파누스 라땅’ ‘코르넬리우스 링가’는 미나하사 사람의 성명이다. 

서부수마트라 주도 빠당을 중심을 거주하고 있는 미낭까바우족은 모계 중심 사회로 여성이 가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이들의 이름은 보통 이슬람식이다. 헤를라자, 파이잘, 리잘, 고잘리, 아르미잘 등 보통 ‘Z’가 들어간 이름이 많다.

술라웨시섬 남부에 거주하며 주로 해상무역을 하며 부를 쌓아온 부기스족 중 잘 알려진 사람이 BJ 하비비 전 대통령과 유숩 깔라 전 부통령, 안디 말라랑엥 전 청년체육장관 등이다. 남자이름이 ‘안디’라면 부기스족이라고 생각해도 거의 틀림이 없다.

[참고문헌] 작은 며느리의 나라(양승윤 저, 삼우반), 적도를 달리는 남자(김형준 저, 이매진), 천 가지 이야기가 있는 나라(임진숙 저, 즐거운상상), 인도네시아(캐시드레인 저, 박영원 옮김, 휘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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