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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 금식 체험기

기사입력 2012.08.1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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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성철 데일리인도네시아 대표(dailyindonesia.co.kr)

첫 단추 잘못 끼워 단식 포기할 뻔
아침에 땀이 범벅이 되어 잠에서 깼다. 목이 탔다. 그런데 이미 해가 떠서 물을 마실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샤워를 해서 열을 식히고 거실에 앉아서 고민을 했다. 계속해? 그만해? 생애 첫 단식. 종교적인 활동은 빼고 이틀 가량 뿌아사(puasa, 이슬람식 금식)를 해서 무슬림이 금식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이슬람력으로 9번째 달인 라마단 한달간 무슬림은 일출 때부터 일몰 때까지,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물을 포함한 음식을 일절 입에 대지 않는다. 또한 금연해야 하며 원칙적으로는 해가 질 때까지 자신의 침도 삼켜서는 안되고 화를 내거나 욕설을 삼가는 등 금욕생활을 하며 평소에 소홀했던 신앙을 회복하는 기간이다. 노약자, 어린이, 환자, 임산부 등은 금식 의무가 면제되나, 성장기에 있는 초등학생들은 새벽에 식사를 하고 점심때까지 짧은 금식을 하며 종일 금식을 위한 훈련을 한다. 이슬람 성월(聖月)이자 금식월인 라마단이 올해는 7월 21일 시작돼 한 달간 이어진다.

▲ 라마단 시작 전야에 땅그랑 한 사원에서 무슬림들이 기도하고 있다.


라마단 시작 전날 저녁 약속으로 첫 뿌아사가 사달이 났다. 실제로 라마단은 전날 저녁기도인 따라위(tarawih)가 열리면서 라마단이 시작된다. 따라서 이날부터 생체 리듬 조절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어야 했다. 아뿔사! 과로와 주량을 초과해 마신 술 때문에 다음날 새벽에 깨지 못하고 아침 7시에서야 부스스 일어나 보니 걱정이 앞섰다. 전날 과음으로 당장 갈증이 심했고 사후르(sahur, 라마단에 동트기 전에 먹는 새벽식사)를 못한 상태에서 저녁때까지 음식은 물론 물도 입에 댈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암담했다. 뿌아사 계획을 취소할까라는 갈등에 휩싸였다. 하지만 결심한 바를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스스로 실없는 사람이 될 것 같아 낯선 금식을 강행하기로 결심했다.

아침부터 입안이 바작바작 타 들어가고 삼킬 침조차도 없어 몹시 고통스러웠다. 하는 수 없이 이슬람 규정에는 위배되지만 생수로 입을 헹구며 입안에 남은 약간의 수분을 빨아먹었다. 갈증을 참는 게 힘들고 기운이 없어 낮잠을 잤다. 깨어보니 오후 2시 위장이 마르고 뱃가죽이 등에 달아 붙은 느낌이었다. 평소 식탐이 없어서 굶는 건 자신이 있었는데 갈증과 배고픔이 겹쳐 고통스러웠다.

▲ 라마단 기간에 한 쇼핑몰에 있는 커피전문점. 단식하는 무슬림을 배려해 내부를 커튼으로 가렸다.

무슬림 앞에서 마시거나 먹거나 흡연은 자제해야
나 자신은 토요일이어서 쉬면서 금식하지만 평소처럼 일하면서 금식을 하는 인도네시아 무슬림들은 무척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욕적 금식은 무슬림이 지켜야 할 이슬람 5대 의무 중 하나로 무슬림들은 이 기간에 꾸란(쿠란)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굶주림의 고통을 느끼며 불우한 이웃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는다.

따라서 무슬림이 아닌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무슬림이 보는 곳에서 음식을 먹고 공공연하게 담배를 피우거나 음료수를 마시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자카르타와 같은 국제적인 도시에서도 음식점, 맥도널드, 커피전문점 등은 전면 유리를 커튼으로 가리고 내부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의 모습이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배려하기도 한다.

멈춘 시간, 마침내 맛 본 달콤한 물
오후 3시. 계속해서 벽시계만 바라보고 있었다. 3시간만 참자. 체력이 바닥났다. 샤워를 해 피부로 미량의 수분을 흡수하고 정신을 차렸다. 오후부터는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책을 읽고 일도 해보았으나 집중력이 떨어져 혼란스럽고 말조차 하기 싫어졌다. 내 시선은 책장이나 모니터보다 벽시계에 더 많이 머물렀다. 오후 5시가 되자 뿌아사 첫날 성공예감이 들었다.

전날 슈퍼마켓에서 사온 과일의 일종인 띠문수리(timun suri)에 시럽 대신 올리고당을 넣고 얼음을 띄워 화채 비슷하게 만들었다. 띠문수리는 어른 팔뚝만한데 생긴 건 참외와 비슷하고 씹으면 푹 익은 참외 같이 푸석푸석하고 아무런 맛과 향이 없다. 드디어 마그립 아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생수를 천천히 마셨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물이었다. 잠시 후 준비된 띠문수리 화채를 숟가락으로 떠먹었다. 시원하게 목으로 넘어가면서 한낮의 갈증을 해소시켜주었다. 

만찬은 된장찌개와 데친 채소 및 쌈장을 준비해 먹었다. 고기나 기름진 음식을 먹었다가 탈이 날까 염려한 까닭이다. 즐겨 마시는 맥주도 시원하게 준비했으나 다음날을 생각하니 마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첫날 갈증이 정말 지옥과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도네시아 무슬림은 생수로 하루 종일 갈증을 달래고 띠문수리 또는 과일 칵테일을 먹은 다음 단음료의 일종인 꼴락(kolak)과 튀긴 음식으로 속을 다스린 후 저녁기도를 하고 라마단 성찬(盛饌)을 한다. 요즘에는 약식으로 식당에서 직장동료들이 함께 회식을 하는 부까 버르사마(Buka bersama 또는 Bukber)라는 새로운 풍속도 생겨났다. 성찬은 단식 후 첫 음식을 먹는다는 것 이외에도 가족과 친구, 친척이 모여 친교를 두텁게 하고 이슬람의 가르침을 되새긴다는 더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해가 지고 나서 해가 뜰 때까지 2~3끼를 몰아서 먹고, 단식에 대비한 영양보충과 다른 이를 초대해 먹는 만찬 준비로 식품의 질을 높이고 양도 늘려서 실제 식품 구입비와 소비량이 평소의 배로 증가하고 가격도 크게 오른다.

▲ 라마단에만 볼 수 있는 과일인 띠문수리. 띠문수리에 시럽, 얼음과 생수를 적당량 넣으면 공복에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음료가 된다. 자카르타 길가에서 띠문수리 장수가 손님을 부르고 있다.


갈증과 배고픔이 두려워 활동을 자제

라마단이면 무슬림이 활동을 자제해 뿐짝 같은 관광지는 교통량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뿌아사 시작하기 전에는 금식 두 번째 날에 뿐짝 차밭에 다녀오려고 했으나 금식 첫날 힘든 경험을 하고는 뿐짝 관광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목마를까 배고플까 걱정돼서 아예 움직이지 않기로 한 것이다.

라마단에 관공서는 평상시 업무시간이 오전 7시30분~오후 4시에서 오전 8시~오후 3시로 1시간 반 단축근무 한다. 학교도 단축수업하고 대부분 기업체들도 근무시간이 조정된다. 나이트클럽, 디스코텍, 사우나, 마사지업소, 당구장 같은 유흥업소는 영업을 할 수 없으며 가라오케는 부까뿌아사와 따라위가 끝난 후인 밤 8시 반부터 시작해서 1시까지 영업이 허용된다. 라마단 동안 낮시간에 무슬림이 덜 움직이기 때문에 교통지옥 자카르타도 여유가 생겨서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교통체증이 다소 완화된다.

제대로 시작한 단식, 머리는 맑아져
단식 이틀째. 새벽 아잔 소리에 잠이 깼다. 최근 이슬람단체를 포함한 각계에서 아잔 소리를 줄이자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인지 이슬람 사원에서 흘러 나오는 스피커 소리가 작아졌다. 빵, 채소 샐러드, 계란프라이, 과일 등을 먹고 후식으로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낮의 갈증을 생각해서 미리 충분하게 생수와 과일주스를 마시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첫날 단식으로 체력이 바닥나서인지 식사 후 졸음이 몰려와 3시간 가량 아침 잠을 잤다. 통상 무슬림들은 사후르를 먹고 나서 출근 전까지 잠을 자기 때문에 이 시간에는 소화가 어려운 고기나 기름진 음식을 잘 먹지 않는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시간이 멈춘 느낌이 들 것 같아 책도 읽고 일을 했다. 첫날보다는 갈증을 참을 만했고 집중력도 살아났다. 거울을 보니 다소 수척해 보였으나 눈동자에 생기가 느껴졌다.  외출과 운동 등 외부활동을 자제하면서 힘들지 않게 둘째 날을 보낼 수 있었다.

애초 일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주말을 이용해 이틀만 단식하려 했으나, 실제로 일하는 날도 해봐야 되겠다는 생각에 단식을 하루 더 하기로 마음먹었다. 셋째 날도 굶는 것은 힘들지 않았지만 사후르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체력도 바닥이 난 것 같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 라마단 기간에 자카르타 도로변에 임시로 열린 시장. 주민들이 저녁 만찬을 위한 부식을 구입하느라 분주하다.



실제 갈증보다 목마를 것이라는 두려움이 더 커
금식을 하는 동안 식사시간을 쓰지 않아도 됐고 술을 자제해야 했고 불필요하거나 급하지 않은 활동을 줄이다 보니 여유시간이 생겼다. 내 경우는 첫날 잠을 좀 잔 것을 제외하면 책을 읽거나 미뤄둔 일을 하면서 시간을 채웠다. 반면 무슬림들은 기도와 코란읽기로 빈 시간을 채우면서 신앙을 다시 정립하고, 저녁에 가족과 친구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과 교제를 하면서 인간관계도 다시 정리하는 시간을 보낸다. 분명히 금식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만 어려움을 잘 극복하면 평소 생활에 매몰돼 놓쳤던 것들을 돌아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Selamat menunaikan ibadah puasa! (금식의 의무를 잘 이행하시기 바랍니다!)

[데일리인도네시아 기자 dailyind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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