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축이 되어간다
강인수
한때 신축이었다
화려한 할로겐 자동 불빛
현관문처럼
내 처음 같은 이마는 빛났다
문 쪽으로 향한 복도 옆 화분,
이름이 필레아페페라 했던가
둥근 이파리처럼
입술은 젊고 싱그러웠다
부엌에서
빠르고 일률적으로 돌아가던
새 믹서기처럼
들썩이며 바빴던 어깨
노란 나비가 그려진 천 소파에 앉아
창문을 타고 일렁이던 햇빛에게
가볍게 농담을 건네던
단단하고 예쁜 몸
새것은 언젠가 옛것이 된다고
사람들은 말했지만
꿈꾸듯 아득할 일이라
아랫목에 눌러 놓았었다
누군가 구축이라고 불렀을 때
낡은 창문이
건조한 바람에 덜컹거리듯
눈동자가 시렸다
막힌 하수구에서
오물이 건져질 때
쌓아두고 메워두었던
내 이상한 무의식도
말없이 따라 나왔다
부풀어 오른 벽지에
번진 음식물 색이
검버섯처럼
띄엄띄엄 붙었다
기울어진 것들,
금이 간 자리들까지
살아온 흔적으로
비릿해질 때
건조해진 벽을 타고
무성해진 풀과 덤불을
칼로
멋지게 쳐내지 않는 것은
순환의 날들이 올 것이기에
재건축 동의서를 받으러 다니는
사람들이
값을 높이자며
신축을 꿈꾸라 부추긴다
다 사라질 몸을 쓰다듬는다
남아 있는 겸손한 믿음으로
떠나기 전
기억을 담으며 독사진을 찍는다
시읽기
우리 인생이 집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는 다 처음이 있었습니다. 반질거리고 깨끗하고 빛나던 신축이었습니다. 세월은 기어이 성큼 다가옵니다. 구축이 되어가면 사라질 모든 것이 다 인생과 닮았습니다. 다만 집은 허물고 다시 지어지지만 인생은 기억을 내려놓고 떠나겠지요...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됐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위로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