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강인수의 문학산책 #100 구축이 되어간다/강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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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의 문학산책 #100 구축이 되어간다/강인수

기사입력 2026.02.05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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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축이 되어간다


                                  강인수 


한때 신축이었다

화려한 할로겐 자동 불빛

현관문처럼

내 처음 같은 이마는 빛났다


문 쪽으로 향한 복도 옆 화분,

이름이 필레아페페라 했던가

둥근 이파리처럼

입술은 젊고 싱그러웠다


부엌에서

빠르고 일률적으로 돌아가던

새 믹서기처럼

들썩이며 바빴던 어깨


노란 나비가 그려진 천 소파에 앉아

창문을 타고 일렁이던 햇빛에게

가볍게 농담을 건네던

단단하고 예쁜 몸


새것은 언젠가 옛것이 된다고

사람들은 말했지만

꿈꾸듯 아득할 일이라

아랫목에 눌러 놓았었다


누군가 구축이라고 불렀을 때


낡은 창문이

건조한 바람에 덜컹거리듯

눈동자가 시렸다


막힌 하수구에서

오물이 건져질 때

쌓아두고 메워두었던

내 이상한 무의식도

말없이 따라 나왔다


부풀어 오른 벽지에

번진 음식물 색이

검버섯처럼

띄엄띄엄 붙었다


기울어진 것들,

금이 간 자리들까지

살아온 흔적으로

비릿해질 때


건조해진 벽을 타고

무성해진 풀과 덤불을

칼로

멋지게 쳐내지 않는 것은


순환의 날들이 올 것이기에


재건축 동의서를 받으러 다니는

사람들이

값을 높이자며

신축을 꿈꾸라 부추긴다


다 사라질 몸을 쓰다듬는다

남아 있는 겸손한 믿음으로

떠나기 전

기억을 담으며 독사진을 찍는다


5.jpg
Esther.AI

 

 

시읽기 

 우리 인생이 집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는 다 처음이 있었습니다. 반질거리고 깨끗하고 빛나던 신축이었습니다. 세월은 기어이 성큼 다가옵니다. 구축이 되어가면 사라질 모든 것이 다 인생과 닮았습니다. 다만 집은 허물고 다시 지어지지만 인생은 기억을 내려놓고 떠나겠지요...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됐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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