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는 것과 마주칠 때
강인수
민통선 전방에
천연기념물 어미 사향노루가 산다지
지뢰에 앞발 하나를 잃고
절뚝거리면서도
새끼노루에게 젖을 물리는
어미의 몸
마주한 장면을 찍던
다큐멘터리 작가가 미소 지었다
자신만의 속도로
끝내 살아내는 존재들의 역할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물러설 곳 없는 전선에 선 이의
살아내는 몸부림이
우리와 닮아서
어미가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매일을 이기며 살고 있는
할딱이는 심장들,
낙엽 위에 잠시 내려앉은
카메라처럼
결코 멸망하지 않을 세대를
찍고 있는
말없이 열린
눈동자들이
차가운 그늘 아래 앉아
울고,
웃었단다
#시읽기
민통선 전방에서 살아가는 사향노루와, 이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작가, 그리고 일상을 이기며 살아가는 인간을 동시에 표현하는 장면을 봤어요. 단순한 관찰의 기록을 넘어, 존재와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는 순간이었죠. 어미 사향노루는 지뢰로 앞발 하나를 잃고도 새끼에게 젖을 물리는 모습으로 등장한 이 장면은 ‘처절함’과 ‘살아 있음’을 동시에 담아내며, 독자로 하여금 생명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과 강인함을 느끼게 해줬어요.. 이어서 다큐멘터리 작가의 미소는 비극적 장면을 소비하거나 가볍게 넘기는 웃음이 아니라, 존재의 힘과 역할을 감탄하며 마주하는 시선으로 우리를 돌아보게하더군요.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됐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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