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를 찾아서
강인수
1. 누군가 내게 당신은 어디 사냐고 물었어요
인도네시아라고 했죠
말하면서도 적도 아래 고구마처럼 생긴 섬이라 할까 고민했어요
2. 인도, 뭄바이 거기군요. 알아요
엉뚱한 확신으로 맑은 웃음을 짓는 사람에게
같은 미소로 발리를 아냐고 되물었는데
3. 발리는 한 달 살기 좋은 곳
여행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낙원
거기 살아요? 좋겠다!
4. 빠르게 순간 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더 왼쪽으로 비행기로 두 시간쯤 날아가면
좀 더 가면 화려한 불빛도 있고 근본적 슬픔도 있는
5. 자카르타를 찾을 수 있어요
빛과 어두움이 조화롭다고 해야 할까?
새벽 햇살을 빨았다가 뱉어내는 사람들이 모인
6. 끄망, 멘땡, 폰독인다 같은 부촌옆에
3키로그램 엘피지 가스통에서 고구마가 익어요
고단한 솥뚜껑이 들썩이며 당신을 훑어요.
7. 회색 공기는 마음에 안 들지만
쓸쓸한 마음에 먼저 손 내미는
이 도시는 종일 말을 시키네요
8. 찾았나요?
외로움이라는 주소를 잠시 지울 수 있는 운 좋은
동네, 자카르타가 적도 아래 있다는 것을
#시 읽기
2000년 초반에도 사람들은 잘 몰랐어요. 인도인지, 인도네시아인지 자카르타는 설명이 더 필요했죠. 우리에게 낯선 도시였던 자카르타가 이제는 누구나 알 수 있는 곳이 되었지만, 삶이 머무는 곳은 어디에나 같습니다. 빛과 어둠이 들썩거리며 어울려 사는 우리 모두의 공간입니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됐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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