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강인수의 문학산책 #76 고백/강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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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의 문학산책 #76 고백/강인수

기사입력 2025.05.15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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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강인수 

  

선생님,

저는 왜 이 나이가 되도록

그날의 복숭아가 자꾸 생각날까요


포장도 안 된

누런 종이봉투 속

말랑말랑 물러 터진 분홍 심장


그걸 선물이라고 드렸었죠.


그런데 선생님은

정말 맛있게 드셨어요.

그게 왜 그리 슬펐을까요, 저는.


엄마는 왜 하필 멋진 선물 대신 

여름날의 햇살을 드리라 했을까요.


그래,

나는 아직도 그 복숭아를 기억해.

익어 흐르던 즙,

손에 들자마자 봉투 바닥이 젖어오던 

그날.

종이봉투를 조심조심 내미는

너의 손이 작고 따뜻했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지만

말 대신 따뜻했던 무게를

나는 알겠더라.  


볕이 드는 창가에서 

눈가에 맺힌 너의 별을 보고

황급히 먹었던 달큰한 속살


복숭아처럼

달고, 여리고,

잘 물러지기 쉬운 그 시절의 어린 너를

기억해


세상에 하나뿐인,

여름의 시간과 마음이 담긴 선물.


너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니.


혹시 어딘가에서

그날의 복숭아를 기억하고 있다면,


나도 여전히

그 향기 속에 너를 기억하고 있다고

꼭 전해주고 싶다.

 

복숭아.jpg
복숭아 [픽셀이미지]

 

 

#시 읽기

스승의 은혜를 생각해봅니다. 한 아이가 어른이 되기까지 많은 스승의 손을 거쳐야 합니다. 저도 그랬고 저의 자녀들도 그랬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사고로 1학기를 쉬고 2학기에 만난 선생님께 어머니가 준비하신 복숭아를 선물로 드렸던 사건은 오래 기억이 남습니다. 싫다고 했지만 꼭 드리라며 주신 어머니의 복숭아 선물! 아! 선생님도 복숭아 터져버린 그 사건이 기억에 남으실까요? 고등학교 2학년 때 김지현 담임선생님도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졸업을 한 후에도 “샘터”잡지를 우리 집으로 구독 시켜 주셨던 선생님! 지금도 건강하게 잘 계실까요? 부디 잘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스승의 날에 선생님을 그리워하며...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됐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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