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에 내가 서 있다네
강인수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
자유로워라! 자유로워라!
외치는 그대들의 기도가
야자수 아래에서
달콤해지는 곳.
그리고,
날이 저물기를 기다려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자바의 여인들이
여유로이 차를 마시는
그 창가에
드는 나른한 노을.
집으로 가는 덜컹거리는 버스들,
제멋대로 달려도
아무도 탓하지 않는—
햇살조차
그저 웃고 있는 곳.
커피나무에 다닥다닥 열린
저마다의 붉은 심장들.
두근대며
천천히 익어갈 때,
우기의 빗줄기가
야속하기만 한
그대들의 노동으로
비로소 누릴 수 있는—
이 이방인의,
향기로운
커피 한 잔.
그 호사를,
어찌…
즐기기만 할 수 있을까.
초승달이
얇아진 접시처럼
반듯하게 밤하늘에 놓이고,
그 옆에
남십자성이
별자수처럼 박힌—
인도네시아.
그곳에,
내가
서 있다네.
시읽기
화자인 저는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일부는 그렇겠지요? 아름답고 자유로운 저들 사이에서 이방인으로 서 있는 나는 가끔은 미안함과 고마움도 같이 느낍니다. 여유와 평온함에서 그들의 노동으로 호사를 누리는 어떤 날들도 있으니까요. 밤하늘이 아름다운 인도네시아 그곳에 지금 내가 서 있습니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됐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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