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강인수의 문학산책 #71 드러남에 대하여/강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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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의 문학산책 #71 드러남에 대하여/강인수

기사입력 2025.04.12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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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남에 대하여


                                        강인수 


한때는 

민소매 원피스를 즐겨 입었지.                                 

둥글고 매끈한 어깨가 

봄 햇살에 반짝였지.

 

포슬포슬 찐 감자 같은 

흰 어깨가 예뻐서

작은 새라도 날아와 

앉아줬으면 했지.

 

젊은 날의 드러냄은 

좀 튀어 보려는 거였지.

빛에 닿을수록 더 빛나고,     

어쩌면 조금은 

자랑스러울 만한 일이었지.


그러나 

살이 빠져 

어깨뼈가 얇아지고, 

웅덩이처럼 깊어진 골,

 

어쩔 수 없이 

병상에서 어깨가 드러났을 때 

나는 생각했지.


거뭇한 피부 위에                                                           

새의 깃 하나쯤 

남았으면 좋겠다고.


늙는다는 걸 

숨길 필요는 없지만,

 

바람처럼 가벼운 부끄러움을 

후— 하고 불어                           

금방 흩어지길 바랐지.


그래도, 정말이지 

오늘은,                                                             

달빛을 모아 빛줄기 엮은 가면을 쓰고 싶구나.

 

문학산책500.jpg
출처: 강인수

 


시 읽기

젊은 날의 어깨는 드러냄의 대상이었지만 시간이 흘러 그 드러남은 자존의 굴곡을 넘어 내 존재의 흐름을 응시해 보려는 몸부림입니다. 늙는다는 것을 숨길 필요는 없지만 부끄러움을 아는 나이가 되어 삶을 수용하고자 하는 자아가 젊은 날, 햇볕에 뽐내던 것을, 이제 달빛에 얼굴을 숨겨서 자기 성찰이라도 잘 해보려 이렇게 시를 써보았습니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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