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남에 대하여
강인수
한때는
민소매 원피스를 즐겨 입었지.
둥글고 매끈한 어깨가
봄 햇살에 반짝였지.
포슬포슬 찐 감자 같은
흰 어깨가 예뻐서
작은 새라도 날아와
앉아줬으면 했지.
젊은 날의 드러냄은
좀 튀어 보려는 거였지.
빛에 닿을수록 더 빛나고,
어쩌면 조금은
자랑스러울 만한 일이었지.
그러나
살이 빠져
어깨뼈가 얇아지고,
웅덩이처럼 깊어진 골,
어쩔 수 없이
병상에서 어깨가 드러났을 때
나는 생각했지.
거뭇한 피부 위에
새의 깃 하나쯤
남았으면 좋겠다고.
늙는다는 걸
숨길 필요는 없지만,
바람처럼 가벼운 부끄러움을
후— 하고 불어
금방 흩어지길 바랐지.
그래도, 정말이지
오늘은,
달빛을 모아 빛줄기 엮은 가면을 쓰고 싶구나.
시 읽기
젊은 날의 어깨는 드러냄의 대상이었지만 시간이 흘러 그 드러남은 자존의 굴곡을 넘어 내 존재의 흐름을 응시해 보려는 몸부림입니다. 늙는다는 것을 숨길 필요는 없지만 부끄러움을 아는 나이가 되어 삶을 수용하고자 하는 자아가 젊은 날, 햇볕에 뽐내던 것을, 이제 달빛에 얼굴을 숨겨서 자기 성찰이라도 잘 해보려 이렇게 시를 써보았습니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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