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강인수의 문학산책 #68 달팽이/강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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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의 문학산책 #68 달팽이/강인수

기사입력 2025.03.1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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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강인수

 

달팽이가 간다. 

굼실굼실 간다.

한참을 기어 왔는데 

돌아보면 헛걸음도 많다.

배춧잎에 올라

허기를 채운다 싶었는데

씁쓸한 냄새 배어 있다.

더듬이를 흔들며

왔던 길을 배 밀며 내려간다.

세상이라는 잎사귀를 한 번쯤 밟아야

자기 집이 어디쯤인지 알게 되는 것.

헛걸음 끝에야

비로소 길을 아는 것.

참, 우리 인생 같구나.

 

달팽이1.jpg
리뽀 까라와찌 풀밭을 기어가는 달팽이 [사진: 조연숙]

 

시읽기

요즘 20대 시절 써 놓았던 시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달팽이라는 시를 써 놓았더군요.. 몇 줄 고쳐서 다시 퇴고해봅니다. 젊은 날에 나는 무엇이 버겁고 고통스러웠을까, 추억을 소환해 봅니다. 生을 관찰하고, 비판하고 아파했을 젊음은 그 시기에만 누릴 수 있던 특권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막다른 골목에 와서도 구멍은 뚫려있었으니 한참을 기어 온 것이 아닐까요? 달팽이의 가는 길이 꼭 우리 같아서 헛걸음 친 날들을 문밖에 걸어두고 잠들 때가 늘 있었으니까요.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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