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강인수의 문학산책 #67 나는 다리를 건넌다/이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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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의 문학산책 #67 나는 다리를 건넌다/이준관

기사입력 2025.03.06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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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리를 건넌다

 

                                                  이준관 

 

다리를 건너 직장에 가고

다리를 건너 시장에 간다

그러고 보면 나는 많은 다리를 건너왔다

물살이 세찬 여울목 징검다리를

두 다리 후들거리며 건너왔고

나무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삐걱거리는 나무다리를 건너왔고

큰물이 지면 언제 둥둥 떠내려갈지 모르는 다리를

몸 휘청거리며 건너왔다

더러는 다리 아래로 어머니가 사다 준

새 신발을 떨어뜨려 강물에 떠내려 보내기도 했다

내가 건너온 다리는

출렁다리처럼 늘 출렁출렁거렸다

그 다리를 건너 도회지 학교를 다녔고

그 다리를 건너 더 넓은 세상을 만났다

학창 시절 선생님이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험한 세상 다리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지만

나는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주지도 못했고

가족들이 건널 다리가 되어주지도 못했다

그러나 나는 다리를 건널 때면

성자의 발에 입을 맞추듯

무릎을 꿇고 다리에 입을 맞춘다

아직도 험한 세상 다리가 되고 싶은

꿈이 남아 있기에 

 

[출처] 좋은 시 181 - 이준관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작성자 밥북

 

다리 500.jpg
서울 마포대교 [사진: 데일리인도네시아]

 

 

시읽기 

이준관 시인의 시는 편안하다. "험한세상 다리가 되어"를 읽기전 제목만 보고 사이먼앤가펑클의 노래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를 흥얼거렸다. 우리는 수많은 다리를 건너보았고 앞으로도 건너야한다. 시인처럼 후들거리며 휘청거리며 건넜을, 앞으로 있을지 모를 그런 다리들을 건널때 이 시를 한번 읇조려보자!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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