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하루
글: 강인수
아침에 눈을 뜨면,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늘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뉴스를 확인한다. 날씨는 온화할까, 아니면 세상을 뒤흔들 강풍이 불어올까. 변화무쌍한 세상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창문을 열어, 침대 위로 들어오는 햇살을 잠시 쬔다. 곧바로 세면대로 가서 세수를 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얼굴에 바른다. 진작부터 이렇게 챙겼어야 했는데, 아침의 자외선도 피부 노화를 가속한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야 알았다. 이미 거뭇해진 피부지만, 지금이라도 보호하려는 최후의 노력이다. 이제 와서 피부를 가꾸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가도, 숨 쉬는 동안 이왕이면 타인에게 깨끗하게 보이는 게 나쁠 것은 없다. 급한 일이 생기면 로션이고 뭐고, 아무것도 바르지 못한 채 뛰쳐나가야 하는 날도 있다. 하지만 다행히 오늘은 별일 없이 보통의 하루가 시작된다.
핸드폰을 열어 메시지를 확인하고,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를 검색하며 답장을 주고받는다. 이런저런 일로 정신없이 보내다 보면, 식사할 타이밍을 놓치거나 물 한 잔 마실 틈 없이 오전이 지나가 버릴 때도 있다. 24시간이 유독 짧게 느껴지는 날도 있는 법이다.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자카르타의 우기는,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한국의 여름과는 또 다른 묘한 매력이 있다. 해가 쨍하다가도 어느새 비바람이 몰아치는 변덕스러움조차, 이제는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어깨가 너무 아파 밤새 앓았다." 엄마의 메시지를 확인한다.
"턱관절이 아파서 힘들다." 지인과 통화한다.
우리는 이런 통증마저 살아 있기에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며, 위로가 될 리 없는 위로를 주고받는다.
오늘 하루, 가슴이 찢어질 만큼 아픈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통곡할 만큼 울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렇게, 소소한 불평이나 하면서 매일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한때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제는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라고 한단다. 그 ‘보통의 하루’조차 쉽지 않은 세상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이번 한 주도 크나큰 일 없이 평범하고 무난한 하루하루가 이어지기를.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조용하고도 잔잔한 일상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산문읽기
아포리즘 형태의 짧은 산문을 적어봤습니다. 보통의 하루를 잘 보내시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보하”를 당신께 드립니다. 몇 번을 중얼중얼 읊조리면서 말이죠.
“아보하!” “아보하!”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데일리인도네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