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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숙] 프라보워 정부의 식량 자립 정책과 지구촌 식량 위기

기사입력 2025.03.1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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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보워 정부의 식량 자립 정책과 지구촌 식량 위기

글: 조연숙 데일리인도네시아 편집장 


인도네시아의 주요 명절인 이둘피트리와 성탄절이 다가오면 바왕메라(Bawang Merah, 붉은 양파), 식용유, 설탕 등 주요 식품 가격이 급등합니다. 이상기후로 가뭄과 홍수가 발생하면 채소와 쌀값이 상승합니다. 이러한 물가 상승은 국민 생활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사회 불안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임금 인상과 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져 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농산물 가격 상승의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수요 증가와 기후 변화로 인한 생산 감소, 유통의 문제, 중간 도매상들의 담합과 시장 조작 등이 작용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인도네시아 농업이 과도한 정부 의존, 영세 소농 구조, 농업 기술 부족, 농민 고령화 등으로 인한 저생산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이고, 유통과 가격 관리의 취약성이 더해져 주요 식품 부족과 인플레이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의 식량 자립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는 2024년 10월 20일 취임 연설에서 4~5년 내에 식량 자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 목표가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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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논 [출처: 프라보워 대통령 트위터]

 

프라보워 대통령의 식량 자립 정책

 

 프라보워 대통령은 식량 안보를 국가의 독립과 생존의 문제로 간주하고, 인도네시아 군(TNI)을 동원해 식량 생산과 유통을 관리하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내각사무처 보도자료에 따르면,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지난 2월 3일 남부 자카르타 농업부 사무실에서 농민, 농업 노동자, 농업 지방 사무소장, 벼 및 쌀 도정 기업인 협회와의 회의에서 "식량 문제는 주권, 독립, 그리고 국가로서의 생존에 관한 문제입니다. 우리는 선진국이 되고 싶다면 식량 안보를 확보해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전국에 농지 개발을 담당할 군부대 100개 대대를 창설해서 군 주도로 농업 및 축산 생산을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농업부는 향후 4년간 농경지를 300만 헥타르(ha)까지 확대하고, 댐과 관개시설 61개를 개선할 계획입니다. 프라보워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번째로 시행한 학생 대상 무료급식 프로그램도 이러한 식량 자립 정책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는 군이 직접 식사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 군이 생산한 농축산물을 무료 급식을 위한 식자재로 공급할 계획입니다. 또한 최근에 프라보워는 곡물 가격을 감독하기 위해 군 지역 사령관과 경찰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군사 전문가는 프라보워가 자신의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민간 기관을 찾지 못하자 군에 의지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군 개입이 식량 생산 및 유통 관리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군이 민간 경제에 개입할 경우 시장 경쟁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으며, 군 주도의 농업 생산 방식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할지도 불확실합니다. 정치적으로는 군의 민간 감시 강화와 권위주의 통치체제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식량 안보와 국제 정세  

 

 프라보워 대통령의 정책은 단순한 국내 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제 식량 위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식량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국가 간 식량 수출·수입이 크게 위축되었습니다. 강력한 봉쇄 조치가 시행됐던 중국에서는 소비 지역에서는 식량 부족, 생산 지역에서는 유통과 소비의 어려움으로 인한 식량 폐기가 발생했습니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2022년에 80억 명을 넘었으며, 2050년까지 100억 명을 부양하기 위해 현재보다 60%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 곡창지대가 위협받고 있어, 향후 식량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쌀, 설탕, 대두 등의 주요 식량의 일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국제 곡물 시장의 불안정성에 대응하려면 자국 내 식량 생산을 늘리는 것은 필수적인 전략입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역대 인도네시아 대통령들은 농업 육성과 식량 증산을 위한 정책을 시행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군을 동원해 농업 정책을 시행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불확실합니다


식량 위기... 일본, 쿠바, 싱가포르 대비책은

 

 식량 안보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게 고민거리입니다. 일본은 원인 규명도 못하고 있는 반면 싱가포르는 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고, 쿠바는 성과를 냈습니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유통 쌀의 ‘이상 부족’ 현상으로 쌀값이 두배 가까이 급등하고 있다. 쌀값이 전년 대비 69% 상승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폭우와 이상기온, 농지 감소, 정부의 부실한 수급 관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추정을 냈지만, 일본 정부는 원인 규명도 대책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식량안보가 생존이라는 뼈저린 각성을 한 사례입니다. 코로나 이전부터 식량의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식량 공급망이 싱가포르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됨에 따라, 2019년에 식량안보청(Singapore Food Agency, 이하 SFA)을 설립하고 ‘30 by 30’ 정책(2030년까지 식량 자급률 30% 달성)을 추진했습니다. 자국 내 식량 비축량을 늘리고 수입선을 다변화하며, 국내 생산을 늘리기 위해 수직 농장, 스마트팜, 식물 공장, 식용 곤충 양식 등 첨단 농업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등의 방안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이러한 정책의 정당성을 확인했습니다. 싱가포르는 농업이 기반 산업이자 생존 산업이며, 화폐 가치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산업 이상의 가치임을 깨닫고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쿠바는 소련 붕괴 이후 소련으로의 설탕 수출이 중단되고 소련에서 농업용 연료와 농약 수입이 끊기고, 미국의 식량 제재까지 겹쳐서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었습니다. 이에 대응해 도시 농업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해, 전체 채소 생산량의 60% 이상, 과일 생산량의 15% 이상을 도시농업으로 충당할 만큼 새로운 농법과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식량 자립 정책의 환경적 딜레마  

 

 프라보워 정부는 식량 생산 확대를 위해 2,000만 헥타르의 산림을 농경지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인도네시아가 국제사회의 삼림 벌채 우려에도 불구하고 팜유 농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홍수, 가뭄, 생물 다양성 감소, 탄소 배출 증가 등의 환경 문제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환경 단체들은 단순한 토지 개간보다 기존 식량 단지 복구, 바이오에너지 활용, 폐기물 재사용 등 보다 지속 가능한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프라보워 정책의 실효성과 한계  

 

 프라보워 대통령의 식량 자립 정책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식량 공급 안정성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시도입니다. 그러나 현재 계획된 방식이 과연 지속 가능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식량 자립 정책의 장점은 식량 안보 강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국내 생산 확대를 통한 수입 의존도 감소, 무료 급식 프로그램을 통한 국민 복지 향상 등을 기대할 수 있는 점입니다. 반면 한계점 및 위험 요소는 군 개입 확대로 인한 경제 시스템 왜곡과 비효율성 발생 가능성, 대규모 산림 개간으로 인한 기후 변화 악화, 기술 혁신 부족 등입니다. 정치적으로 군의 민간 개입 확대가 권위주의 정치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결국, 인도네시아는 단순한 농지 확장이 아니라 첨단 농업 기술과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싱가포르의 ‘30 by 30’ 정책이나 쿠바의 도시 농업 모델처럼 지속 가능성과 환경 보호를 고려한 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끝]


참고도서

당신이 모르는 진짜 농업 경제 이야기 

이주량 지음/세이지 출판사/2024년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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