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르 *(인도네시아어로 맥주)
강인수
엄마는 반둥 온천탕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고
떨어지는 캄보자 꽃에게 말을 걸었다
캬! 아름답구나
내 옆에서 살짝 꼬부라지려는 혀로
어설프게 삐루 한잔 더.. 라고 하더니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엄마 서울 가고
나도 꽃 향기 나는 나무 아래 누워
때 없이 진한 맥주 한 모금에 목을 적시고
컹컹 거리며
캬! 그 밤이 그립구나
빗물이 후두둑 떨어지니
개미 한 마리 눈가로
기어 올라와서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한 방울
맥주 마시듯 목을 적실 때
적도 아래
엄마 얼굴 밤하늘에 번져가고 있었다
시읽기
백석의 수필 “동해”를 읽다 보면 삐루라는 말이 나옵니다. 맥주라는 단어인데 인도네시아에서 비르라고도 하지요. 이십 년 전 어머니를 반둥에 모시고 갔던 기억이 납니다. 비르 빈땅을 어찌나 맛나게 드시던지…. 발음이 엉켜 삐루라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분의 추억 속 맥주는 어떤 맛이었을까요? 진하고 깔끔한 맛 인도네시아의 맥주! 그 시절이 아직도 생각난다고 하시니 저도 그 시절 그 맛이 그립습니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데일리인도네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