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강인수의 문학산책 #61 감각의 기억/강인수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강인수의 문학산책 #61 감각의 기억/강인수

기사입력 2025.01.23 12:5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감각의 기억


                                              강인수 


미꾸라지, 소금에 비비는 할머니의 손

소리 없는 몸부림에 따끔거렸던

당신이 남긴, 엉킨 실타래를

풀며 꼬여버린 생을 생각하다


그리움에 베인 손끝.


쓰라린 것은 무엇일까.


미꾸라지의 마지막 몸짓일까

실타래에 남은 할머니의 체온일까


펄펄 끓는 추어탕 앞에서

땀을 훔치며 큰 소리로 웃던 아버지.

늘 내 그릇에 한 술 더 올려주던 당신.


그날, 뚝배기 안 고요한 숨결처럼

사라진 사람이 남긴 빈자리.


허리를 잡고“ 

이 정도 아픈 건 세상이 주는 보너스야.” 

말하며 파스를 붙이던 손.


매운 냄새가 방 안을 채우고

후끈거리던 그 온기.


뜨거운 것은 대체 무엇일까.


뚝배기에 담긴 사랑일까,

매운 냄새 가득했던 방일까?


싸리나무로 마당을 쓰는 당신의

갈라진 손바닥에 박힌 가시.

그 가시를 빼며


“이놈의 싸리는 성질도 더럽다.”


웃던 얼굴.


바지 주머니에서 꺼낸

땀 냄새 밴 지폐 몇 장.

“뭐 이런 걸 줘?”

타박하던 내 손에

몰래 쥐어 주고

바람처럼 사라지던 당신.


깊은 것은 무엇일까.


가시를 뽑던 당신의 웃음일까,

바람처럼 사라진 당신의 마음일까.



1 추어탕.jpg
추어탕 [출처: 공유마당]

 

 

 

시 읽기

기억과감각을 통해 추억을 소환해봅니다. 촉각,미각,후각, 온기와 같은 감각을 회상하다보면 사랑이 보입니다. 상실과 공허는 삶에 깊이 남아있는 또하나의 빈자리의 여운입니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데일리인도네시아]

 

 

<저작권자ⓒ데일리인도네시아 & www.dailyindonesia.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회원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