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기억
강인수
미꾸라지, 소금에 비비는 할머니의 손
소리 없는 몸부림에 따끔거렸던
당신이 남긴, 엉킨 실타래를
풀며 꼬여버린 생을 생각하다
그리움에 베인 손끝.
쓰라린 것은 무엇일까.
미꾸라지의 마지막 몸짓일까
실타래에 남은 할머니의 체온일까
펄펄 끓는 추어탕 앞에서
땀을 훔치며 큰 소리로 웃던 아버지.
늘 내 그릇에 한 술 더 올려주던 당신.
그날, 뚝배기 안 고요한 숨결처럼
사라진 사람이 남긴 빈자리.
허리를 잡고“
이 정도 아픈 건 세상이 주는 보너스야.”
말하며 파스를 붙이던 손.
매운 냄새가 방 안을 채우고
후끈거리던 그 온기.
뜨거운 것은 대체 무엇일까.
뚝배기에 담긴 사랑일까,
매운 냄새 가득했던 방일까?
싸리나무로 마당을 쓰는 당신의
갈라진 손바닥에 박힌 가시.
그 가시를 빼며
“이놈의 싸리는 성질도 더럽다.”
웃던 얼굴.
바지 주머니에서 꺼낸
땀 냄새 밴 지폐 몇 장.
“뭐 이런 걸 줘?”
타박하던 내 손에
몰래 쥐어 주고
바람처럼 사라지던 당신.
깊은 것은 무엇일까.
가시를 뽑던 당신의 웃음일까,
바람처럼 사라진 당신의 마음일까.
시 읽기
기억과감각을 통해 추억을 소환해봅니다. 촉각,미각,후각, 온기와 같은 감각을 회상하다보면 사랑이 보입니다. 상실과 공허는 삶에 깊이 남아있는 또하나의 빈자리의 여운입니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데일리인도네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