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강인수
12월 여름 지고
1월, 또 여름이 피는 나라
적도에서 맞는 새해
그릇에 동그랗게 핀
하얀 꽃들이 매끈하게 빛난다
그윽이 바라본다
숨차게 살아낸 한 해는 가고,
이제 숨 고르며 살고 싶은 첫날이 왔구나
따뜻한 김 퍼져나간다
수저 위에 올려진 꽃잎
입술로 쓰다듬으며
지난날의 슬픔을 통과시키는 중이다
쫄깃한 떡의 결에 스며들어
고요히 다가오는 시간을 맞이하는 중이다
천천히 한 잎 두 잎 삼키며
희망처럼 달고 짭조름한 맛,
한 대접 비우고 나면
웃어보고 싶은 날이 열릴 것이다
살아보고 싶은 날이 다가올 것이다
*시 읽기
2024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았습니다. 떡국은 늘 새해의 시작과 함께 먹는 첫 끼니입니다. 적도에서 맞는 새해가 누군가에게는 처음 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익숙한 모습에 당연하게 지나칠 수 있겠지요? 떡국 한 그릇 비우며 숨차게 다사다난한 우리들을 토닥이며 다가올 2025년, 희망으로 꿈꿔봅니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