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강인수의 문학산책 #57 김밥/강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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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의 문학산책 #57 김밥/강인수

기사입력 2024.12.1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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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W.H 데이비스의 시 본보기를 읽고)

 

                                       강인수 

 

도마 위에서 김밥을 썰어보면 

숨겨진 진실이 드러난다. 

누구는 초록, 누구는 노랑,

누구는 분홍으로 태어나 

밥 속에 몸을 묻었다.

 

아, 그 질서!

 

단정하게 자리 잡은 오이는 

윤기나는 햄에게 “넌 너무 짜지 않아?” 하고 묻지 않고, 

햄은 달걀을 보며 

“넌 왜 그렇게 흐물거려?” 하지 않는다.

 

모두가 자신만의 색으로 

한 칸씩 공간을 차지하며 

흰 밥알의 품 안에서 

묵묵히 존재할 뿐.

 

나는 깨달았다.

 

인생도 김밥처럼 말려야 한다는 것을. 

흐트러지면 흘러내리고,

너무 꽉 말면 속이 터지는. 

적당히, 그러나 단단히, 

다른 사람의 맛을 해치지 않도록.

 

나도 

초록 오이의 싱그러움과 

노란 달걀의 온기, 

분홍 햄의 부드러움을 닮아 

세상의 밥알들처럼 둥글게 어우러지리.

 

이왕이면 깨알도 살짝 묻혀 

조금 더 특별한 존재가 되어보리

 

깁밥.jpg
김밥 [출처: 구글 이미지]

 

*시읽기

김밥을 먹을 때마다 여러 생각을 하다보니 김밥은 제 소재로 많이 찾아옵니다. 장영희 교수님의 영미시집을 보다가 W.H.데이비스의 시를 읽고 써 본 시 입니다. 겨울의 시작, 他者를 생각하게 되는 계절입니다. 12월을 마무리하면서 다른 사람의 맛을 헤치지 않을 생각! 김밥 한 줄 드시면서 꼼꼼하게 말린 재료들을 살펴보면 어떠실지.. 오늘 점심은 김밥과 따뜻한 오뎅 한그릇 같은 시 한편 대접합니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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