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강인수의 문학산책 #56 블루베리/강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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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의 문학산책 #56 블루베리/강인수

기사입력 2024.11.2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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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

 

                                   강인수 


담장 아래

보랏빛 알맹이 셋,

이모가 키운 블루베리 나무.


새들이 쪼아간 열매는

가지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누렁이는 떨어진 몇 알

혀끝으로 슬쩍 훔쳐 갔다


나도 덜 익은 초록을

몰래 따먹으며

누구보다 앙큼했지.


자식 같은 알맹이를 모조리 빼앗긴 나무

손주를 서울로 보낸 이모의 방

누가 더 텅 비었을까?


화가 난 이모가

누렁이 밥그릇을 가지 위에 걸어두자

새들이 깜짝 놀라며 날아간다


누렁이는 고개를 치켜든 채

허공 속 밥그릇을 바라본다.


나는 모르는 척 침을 삼킨다.

혀끝에 남은 새콤한 맛,


그 맛은 방 안으로 스며들어

오래된 벽지 속에서 숨 쉬었다가

다시

텅 빈 방 한쪽을 달콤하게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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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 나무 [사진: https://www.cyso.co.kr/shop]

 

*시읽기

새가 블루베리를 참 좋아합니다. 그 사실을 몰랐다가 시골에 가서 블루베리를 모조리 따먹은 새를 미워하던 이모가 생각납니다. 저도 블루배리 참 좋아합니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좋아하는 것이 같은 열매를 보면서 제 몸에 열매를 다 떨어트린 나무와 키우던 손주를 서울로 보낸 어느 할머니의 상황을 그려보았습니다. 얼마나 허전했을지.... 몰래 따 먹었던 보라빛 열매가 미안하지만 또 먹고 싶습니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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