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강인수
담장 아래
보랏빛 알맹이 셋,
이모가 키운 블루베리 나무.
새들이 쪼아간 열매는
가지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누렁이는 떨어진 몇 알
혀끝으로 슬쩍 훔쳐 갔다
나도 덜 익은 초록을
몰래 따먹으며
누구보다 앙큼했지.
자식 같은 알맹이를 모조리 빼앗긴 나무
손주를 서울로 보낸 이모의 방
누가 더 텅 비었을까?
화가 난 이모가
누렁이 밥그릇을 가지 위에 걸어두자
새들이 깜짝 놀라며 날아간다
누렁이는 고개를 치켜든 채
허공 속 밥그릇을 바라본다.
나는 모르는 척 침을 삼킨다.
혀끝에 남은 새콤한 맛,
그 맛은 방 안으로 스며들어
오래된 벽지 속에서 숨 쉬었다가
다시
텅 빈 방 한쪽을 달콤하게 물들였다.
*시읽기
새가 블루베리를 참 좋아합니다. 그 사실을 몰랐다가 시골에 가서 블루베리를 모조리 따먹은 새를 미워하던 이모가 생각납니다. 저도 블루배리 참 좋아합니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좋아하는 것이 같은 열매를 보면서 제 몸에 열매를 다 떨어트린 나무와 키우던 손주를 서울로 보낸 어느 할머니의 상황을 그려보았습니다. 얼마나 허전했을지.... 몰래 따 먹었던 보라빛 열매가 미안하지만 또 먹고 싶습니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