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강인수의 문학산책 #55 대봉감 하나/강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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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의 문학산책 #55 대봉감 하나/강인수

기사입력 2024.11.2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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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봉감 하나  


                                          강인수 


산소 다녀오는 길

나뭇가지 끝에 

대롱대롱 봉긋한 감 하나

 

익을 대로 익은 그 뺨은

꽃잎처럼 얇아지고,

목덜미엔 검붉은 점이

아롱아롱 번져 있다

 

떫던 날은 어디로 갔을까,

안개처럼 가벼웠던 콧노래는

또 어디로 사라졌을까


서리를 몇 번 맞고 나서야

정신이 바짝 들어

속이 꽉 찬 그 발간 볼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삶은 가지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흔들렸지


허기진 새가

콕! 하고

봉긋한 가슴을 찌르면,

퍽! 하고


쓸쓸해진 대지 위로

촉촉한 주홍빛이 떨어진다


내 마음도

쿵!


바스락 낙엽 위에 

부서지고 나면


구멍 난 가을 하나를

살며시 주워 와야겠다

 

감 500.jpg
대봉감 [출처: 게티이미지]

 


*시읽기  

가을입니다. 더디게 다가온 계절, 정말 가을입니다. 감이 한창입니다. 대봉감 하나를 따서 먹을 수 있는 계절이 좋기도 하고 쓸쓸합니다. 서리를 몇번 맞아야 인생을 알 수 있으니. 가을, 어쩌면 인생에 비교하면 오후 해질녘에 해당될까요? 감이 참 달고 맛좋습니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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