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봉감 하나
강인수
산소 다녀오는 길
나뭇가지 끝에
대롱대롱 봉긋한 감 하나
익을 대로 익은 그 뺨은
꽃잎처럼 얇아지고,
목덜미엔 검붉은 점이
아롱아롱 번져 있다
떫던 날은 어디로 갔을까,
안개처럼 가벼웠던 콧노래는
또 어디로 사라졌을까
서리를 몇 번 맞고 나서야
정신이 바짝 들어
속이 꽉 찬 그 발간 볼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삶은 가지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흔들렸지
허기진 새가
콕! 하고
봉긋한 가슴을 찌르면,
퍽! 하고
쓸쓸해진 대지 위로
촉촉한 주홍빛이 떨어진다
내 마음도
쿵!
바스락 낙엽 위에
부서지고 나면
구멍 난 가을 하나를
살며시 주워 와야겠다
*시읽기
가을입니다. 더디게 다가온 계절, 정말 가을입니다. 감이 한창입니다. 대봉감 하나를 따서 먹을 수 있는 계절이 좋기도 하고 쓸쓸합니다. 서리를 몇번 맞아야 인생을 알 수 있으니. 가을, 어쩌면 인생에 비교하면 오후 해질녘에 해당될까요? 감이 참 달고 맛좋습니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