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뇨냐, 할 말이 있소
강인수
인천 가는 밤 비행기 타려
수카르노 공항으로 달립니다
하필이면 오늘
우리 집 운전기사 양반과
말다툼 했습니다
나는 한국말로 성을 냈고
그는 *바하사(bahasa)로 화를 냈습니다
정적이 흐르는 차 안
질주하는 다른 차들 사이에서
우리는 휘청거렸습니다
돌덩이처럼 무거운 짐보따리가
불안하게 옆으로 밀릴 때
창밖의 불빛은 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
종착지에 당도하자마자
그가 말합니다
뇨나, 내가 할 말이 있소.
미스터하고는 일해도 뇨냐 하고는 함께 못하겠소
한국 잘 다녀오시오. 나는 이제 없을테니
그 밤, 흐트러진 마음이
구름을 뚫고 가는 내내
비행기와 함께 몹시 흔들렸습니다
*뇨냐: 인도네시아어로 부인이라는 뜻
*바하사: 인니어를 칭함
*시읽기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사람들이 늘 외치건만 일상에서 느끼는 불통의 경험들은 다 있으시겠지요?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다 경험하는 일들인데 갈등과 이별의 순간이 이토록 어이없었던 경험을 기억하며 나와 다른 언어로 상대방을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한 순간을 시로 적어보았어요. 참고로 우리 기사 아저씨 그만뒀다가 다시 재취업해서 잘 지내고 있지요.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