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강인수의 문학산책 #52 뇨나, 할 말이 있소/강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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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의 문학산책 #52 뇨나, 할 말이 있소/강인수

기사입력 2024.10.2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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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뇨냐, 할 말이 있소


                                 강인수 

 

인천 가는 밤 비행기 타려

수카르노 공항으로 달립니다 


하필이면 오늘 

우리 집 운전기사 양반과

말다툼 했습니다


나는 한국말로 성을 냈고

그는 *바하사(bahasa)로 화를 냈습니다  


정적이 흐르는 차 안


질주하는 다른 차들 사이에서

우리는 휘청거렸습니다


돌덩이처럼 무거운 짐보따리가

불안하게 옆으로 밀릴 때 

창밖의 불빛은 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


종착지에 당도하자마자

그가 말합니다


뇨나, 내가 할 말이 있소. 

미스터하고는 일해도 뇨냐 하고는 함께 못하겠소

한국 잘 다녀오시오. 나는 이제 없을테니 

 

그 밤, 흐트러진 마음이 

구름을 뚫고 가는 내내 

비행기와 함께 몹시 흔들렸습니다

  

*뇨냐: 인도네시아어로 부인이라는 뜻

*바하사: 인니어를 칭함

 

 

공항2 500.jpg
수카르노하타공항 [사진: 조연숙]

 

 

*시읽기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사람들이 늘 외치건만 일상에서 느끼는 불통의 경험들은 다 있으시겠지요?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다 경험하는 일들인데 갈등과 이별의 순간이 이토록 어이없었던 경험을 기억하며 나와 다른 언어로 상대방을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한 순간을 시로 적어보았어요. 참고로 우리 기사 아저씨 그만뒀다가 다시 재취업해서 잘 지내고 있지요.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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