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을이 불타고 있다
강인수
올해는 가장 뜨거운 해를 보낼 거라고
누군가 말했다
건기가 오고 있어
손을 들어 하늘 향해 펼친다
벌써 손금이 사라질 듯 불타고 있다
이제 포악한 불이 쪼그만 것들을
꽃들을 우리를 녹게 할지도 몰라
그런데 눈치 없이 식욕은 살아
야채 가게에서
비닐에 꽁꽁 싸인 배추를
양심 봉투에 담아 비싸게 사 왔다
구겨진 이파리 속에
배추벌레가 말라 죽었다
불볕주의보 발령
목마름에 혀는
마른 잎이 되어가고
오늘따라 먹고 싶은 건
피쉬 소스에 버무린 새우 열 마리와
오이와 올리브유 마늘을 얹은 샐러드
비가 좀 오려나?
오후 한낮 햇무리가 고추기름처럼
둥둥 하늘에 떠서 입을 맵게 한다
나의 마을이 훨훨 타는 줄도 모르고
철없이 입맛을 다시며
침을 꼴깍
더 깊어지는 뜨거움
건조주의보
사방에 퍼지는 형벌이다
조금만 참아 곧 우기가
올거야
헐떡이는 우리 집 고양이
밥그릇에 물 한 병 부어주었다
*시읽기
2024년은 기록에 남을 것 같습니다. 너무 더웠으니까요. 공포심이 몰려왔답니다. 하필 8월에 고국에 나와서 무더위를 느끼다 보니 6월에 제출한 내 시가 다시 생각났더랬습니다. 내가 뭘 알고 쓴거가? 기후에 관한 시를 쓰고 싶어서 몇 년전부터 관심을 뒀었는데 하필 봄에 누군가가 제게 올해는 더울 거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자카르타에 있을 땐 그리 안더웠지요. 몇 해전에 건기때 너무 더웠고 그기억이 맞물려 불타는 나의 마을을 시로 옮겼습니다. 인간은 참 간사해서 불타는 이 와중에 비싼 야채가 먹고 싶더라구요. 한국에 배추값이 1만원 가까이 합니다. 뜨거운 것에 모두 녹아버렸어요. 해가 갈수록 더 뜨거워질 거 라는데 우리는 이제 어쩌지요? 지구환경에 대하여 깊은 고민이 되는 날입니다. 이 작품으로 재외동포문학상 가작에 상을 얻은 것이 저를 더 쓰게하고 더 도전하게 만드네요!!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