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겹의 껍질
강인수
양파 껍질을 까며 몇 겹인지
개수를 세는 일을 도모했다
어제는 이별했기에
벗겨 나가는 것들에 끝난 사랑
을 실어 버리려
한 껍질을 까고 처음으로 눈앞이
캄캄했다
두 번째 껍질을 까고
누가 이기나 오기를 부렸다
열 번째 껍질을 까며
눈과 입으로 매운맛
저편의 기억이 끝없이 들어 왔다
오월 햇살처럼 간지러웠던
첫눈처럼 설레었던
이야기
속살이 없어지도록
다 까버려진 마음
어느덧 쌓인 몇 줌의 껍질
에게 안녕을 고해야 할 때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껍질을
세어보지 않고 버렸다
*시읽기
우리는 누구나 이별을 경험하지요! 하필 이별을 해본 사람들은 무리한 일을 도모해서 그 슬픔을 덮으려고 애쓰지요. 어느날 당근 마켓에 글이 올라왔어요."저 이별 했어요!도와주세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사람들이 댓글을 달아주던군요..나가서 막 달려라. 술을 마셔라.. 그런데 저는 양파를 까라 쓰려다 지웠어요. 양파 껍질을 끝까지 까다보면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겠냐고...그날 댓글을 다는 대신 저는 시를 썼답니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