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한동훈(JIKS, 9학년)
8월 24일, 《한인뉴스》 이영미 편집위원, 《데일리인도네시아》 신성철 대표, 조연숙 편집장과 엄강심 인도네시아대학교 (Universitas Indonesia) 인류학과 방문 교수와 땅그랑 찌뜨라 라야에 위치한 《무지개 공부방》에서 고재천 교장님(75세)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무지개 공부방》은 고재천 교장님이 2007년, 한국과 인도네시아 다문화 가정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기 위해 설립한 무료 교육센터로, 다문화 가정 학생들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지역 주민들에게도 ‘열린 사랑방’으로 통한다.
《무지개 공부방》이란
《무지개 공부방》은 2007년 고재천 교장님이 설립한 이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한국계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을 위해 자택에서 한글, 영어, 음악, 태권도 등 다양한 과목을 가르쳐 왔다. 최근에는 한인 기업과 교민들의 후원으로 공부방을 확장하고, 장학금도 지급하며 더 많은 학생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무지개 공부방》 의 주요 활동은 포스코 현지 공장 계열사 조선내화 등 한인 기업의 지원을 통해 한국계 2세들에게 월 장학금을 제공하고, 고등학교 졸업생들에게는 한국 기업 취업과 유학을 지원하는 것이다. 현재 (주)보성에서 4명의 졸업생이 근무 중이며, 한국어 우수 학생 4명은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유학 중이다. 이들은 모두 야야산의 보증을 통해 한국 유학 지원을 받는다. 또한, 《무지개 공부방》은 한국어 교육과 컴퓨터 교육을 제공하며, 주말마다 학생들이 모여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처럼 《무지개 공부방》은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이 더 밝은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과 배움의 터전을 제공한다.
《무지개 공부방》 설립 목적
고재천 교장님은 한인 2세들에게 단순히 공부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근면함과 정직함을 통해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한국에서 은행 지점장으로 근무하다 IMF 사태 때 퇴직한 후, 신학대학에 입학하여 목회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인도네시아에 정착하면서 땅그랑 찌뜨라 지역에 거주하게 되었고, 현지 여성과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은 많은 한국 아버지가 가족을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현실을 목격했다. 그 결과, 다문화 가정의 인도네시아 어머니와 한인 2세 아이들은 혼자 남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고 교장님은 이들의 어려운 상황을 보며, 베트남 전쟁 중에 보았던 한인 2세들의 모습이 떠올랐다고 한다. 2004년부터 자택에서 소수의 학생에게 성경과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2007년 《무지개 공부방》 을 설립했다. 처음에는 우리은행, KEB 하나은행 등 여러 기관에서 상가 월세를 보조받았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후원이 끊기면서 현재의 주택가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 주택의 1층은 공부방으로, 2층은 작은 도서관과 주말 예배당으로 사용되며, 아이들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교육과 예배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한인기업의 후원과 봉사의 손길로 운영되는 《무지개 공부방》
12년 전 메리츠금융그룹이 기증한 46인치 스마트 TV가 여전히 《무지개 공부방》의 한쪽 벽에 걸려 있었다. 조금은 낡았지만 정갈하게 관리된 시설과 물건들에서 고재천 교장님과 사모님의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한국 2세 자녀들에게는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와 같은 존재로 통하는 고재천 교장님은 목회자의 마음으로 희생과 사랑을 담아 《무지개 공부방》을 운영해 오셨다.
《무지개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고재천 교장님은 여러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많은 다문화 가정에서 아버지는 가족을 두고 한국으로 돌아가거나, 이미 돌아가신 경우가 많아 현지 어머니와 함께 자라며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없었던 아이들이 많았다. 그 과정에서 한국인에 대한 상처와 불신도 깊었다. 고 교장님은 이러한 다문화 가정의 아픔을 깊이 공감하며 그들 역시 한국인의 자녀임을 강조하며,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고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한글 교육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취업까지 지원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학생 수가 급감하여 현재는 40명 남짓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다행히 한인회와 교회, 한국 지역사회의 의료 봉사 단체들의 후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봉사 인력과 재정 지원이 턱없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에는 이러한 현실이 공개적으로 논의되지 못했지만, 이제는 점차 동포 사회에서 알려졌으며, 한국인이 마땅히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앞으로의 계획
17년간 《무지개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고재천 교장님 부부는 학생들과 깊은 정을 쌓아왔고, 아이들이 바르고 정직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자부심을 느꼈다. 특히, '다문화 가정 성공 1호'라 자랑하는 김하나 씨의 이야기를 할 때 고 교장님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그 모습은 다문화 가정 학생들에 대한 그의 깊은 애정과 헌신을 잘 보여준다. 또한, 많은 어머니가 고민이 있을 때마다 고 교장님을 찾아와 상담을 받기도 한다. 연로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고 교장님은 《무지개 공부방》 과 교회의 선교를 이끌어갈 후임자를 양성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1일, 다문화가정후원회 <찌뜨라 땅그랑 코리안 (회장 최진덕)>과
이 기사를 쓰는 나 역시 《무지개 공부방》 을 찾는 학생들이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데 작은 보탬이 되고자 지난 5월 <다문화 한마음 큰잔치>와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500여 권의 영어책과 한글책을 기증했다. 앞으로도 뜻이 있는 한국인 학생들과 함께 《무지개 공부방》에서 봉사 활동을 계획 중이다. 《무지개 공부방》에서 다문화 가정 학생들이 더 큰 꿈을 품고 성장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데일리인도네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