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강인수의 문학산책 #44 BLOK M, 밤의 온도/강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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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의 문학산책 #44 BLOK M, 밤의 온도/강인수

기사입력 2024.08.2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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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K M, 밤의 온도

 

글: 강인수 

 

 며칠 전 밤에 친구와 헤어지고 운전하며 집으로 향하던 중 불록엠을 지나갔습니다. 자카르타 남부의 터미널이 있는 지역입니다. 요즘 세계 기후가 이상해진 건 확실합니다. 밤공기가 꽤 시원해졌습니다. 여태 느꼈던 적도의 습하고 더운 공기가 아닙니다.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니 참 좋습니다. 길가를 엿보니 젊은이들이 우르르 나와 작은 포장마차 같은 곳에 앉아서 주말 밤을 즐깁니다. 많아도 너무 많은 젊은이들의 활기찬 밤은 불야성입니다. 웃고 떠드는 소리가 차 안까지 들립니다. 젊은 부모들은 아이들도 데리고 나와 거리를 지나다니며 쇼핑합니다. 내가 알던 그 거리가 아닙니다. 어둡고 조용했던 거리가 환해졌습니다. 여러 개의 달이 하늘에 달린 듯 카페의 붉은 전등이 전깃줄에 달려 반짝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이곳 젊은이들의 놀거리가 많이 변했다고 느껴집니다. 한국에 계신 사람들은 인도네시아가 가난하기도 하고 종교적으로 이슬람 문화라 폐쇄적이라 생각할 건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곳, 젊음의 온도도 시대에 따라 변해가나 봅니다. 물론 경제적으로 열심히 성장하고 있고 부유층의 씀씀이도 대단하기에 우리와 비교 대상은 아닙니다. 한류의 영향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차량이 통과하는 스카이웨이의 다리 기둥마다 K-POP 가수들의 광고가 가득하여 여기가 한국인지 자카르타인지 헷갈릴 정도니 이런 변화는 꽤 뿌듯합니다.    

 

 블록엠, 밤의 온도가 내려갔으나 사람들이 뿜어내는 활기와 즐거움의 온도는 점점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어떤 날은 붉은 노을이 온 자카르타의 하늘을 뒤덮었을 때 그 거리를 다녀보았습니다. 길게 늘어선 도넛 가게 앞에 줄 선 사람들은 핸드폰 사진기로 연신 가게를 찍고 sns에 글을 올립니다. 여기가 맛집이냐 물으니 엄지를 치켜 듭니다. 나도 슬며시 그들 틈에 스며들어 줄을 섰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여를 기다려 바삭한 도넛 한 개와 크림 도넛 한 개를 사 봅니다. 꽤 비쌉니다. 한 개 우리 돈 이천 원 정도 하는 도넛을 먹겠다고 멀리서 달려온 젊은이들이 신기해 보입니다. 한 달 평균 기본월급이 대략 우리 돈 삼십 만원인데 빈부를 떠나 많이들 줄을 서서 먹는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어느 학생이 내게 묻습니다. “에낙?” 맛있냐고 묻는 겁니다. 정말 너무 맛있어서 몇 개 더 사지 않은 걸 후회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어둠이 깔리고 곳곳에 간이 의자를 거리에 펼치는 음식 노점상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기 시작하며 행복한 웃음을 짓는 저들의 삶의 온도가 뜨겁게 느껴집니다. 

 

 우리나라도 한때 저렇게 젊은이들이 가득했던 명동거리가 있었습니다만 요즘은 어린아이와 함께 쇼핑하는 젊은 부모들을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한국은 언제 다시 어린아이들과 젊은 부모가 가득 보이는 번화가를 볼 수 있을까요? 물론 특정 지역에 가면 많은 젊음을 볼 수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시의 전반적인 거리는 슬프도록 젊은이들의 활기가 없습니다. 도시에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면 길은 더 스산할 겁니다. 계절의 온도가 내려가더라도 젊은 시절,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자카르타의 블록엠 처럼 젊음을 뜨겁게 달궜던 그런 날들이 있었습니다. 추위와 상관없이 뜨겁게 길을 가득 채웠던 그 청춘들은 이제 하나둘 머리에 살구꽃이 피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아! 정말이지 젊은이들의 활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블록엠 이 길이 부럽습니다. 

 

 혹시 자카르타에 계신 분들이나 타지에 계신 분들은 꼭 한번 블록엠의 뜨거운 밤 온도를 맛보라 권하고 싶습니다. 살구꽃 핀 머리카락이 어쩌면 녹색 잎처럼 푸르게 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이 또 오늘 같을 것 같은 지루한 생활이 계속된다면 한 번쯤 제가 지나갔던 도넛 가게도 들려보고 옷과 빵을 곁들여 파는 이색적인 팝업스토어도 한번 들려보시길 추천해 봅니다. 자카르타 밤공기가 무척 시원해졌습니다. 

 

블록엠.jpg

 

*수필읽기

 지난 일 년동안 시를 위주로 문학산책을 꾸려왔습니다. 그런데 방향을 틀어 다양하게 글을 써보고자 아포리즘형태의 짧은 에세이를 써 보았습니다. 글에 나타났듯이 별다른 이해와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블록엠의 풍경은 가슴을 뛰게 할 만큼 활기찹니다, 한번쯤 밤마실 가보시길...권해봅니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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