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신용목
건넛집 마당에 자란 감나무 그림자가 골목 가득 촘촘히 거미줄을 치고 있다
허공에 저 검은 실을 뽑은 이는 달빛인데
겨울밤 낙엽 우는 외진 뒷길에 누구를 매달려는 숨죽인 고요 기다림인가
섶 기운 보따리로 홀아비 자식을 다니러 오는 다 늙은 어미를 노리나
끈 풀린 안전화로 이국의 달력을 찢으러 오는 낯 붉은 사내를 벼리나
건넛집 담에 박힌 소주병 파란 사금파리가 달빛의 낯을 그어 먼 북극에서부터 바람은 차고
달빛이 쳐놓은 허공의 바닥에 오늘은 누구의 울음이 달려 나비처럼 파닥일까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신용목 창비 2007
*시읽기
약 2년 전 장호병 선생님을 만났을 때 시 힌편 보내주셨는데 그 때 그 시가 신용목님의 나비 였습니다. 아! 나비라는 제목으로 시를 이렇게 풀어내다니…. 감탄 했던 시였습니다. 오늘 다시 꺼내보니 다시 무릎을 치게 만들더군요 …누구의 울음이 나비처럼 파닥일까라는 물음에… 조용히 달빛 한번 쳐다봅니다.
*신용목
시인. 1974년 경상남도 거창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성내동 옷수선 집 유리문 안쪽' 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2008년 제2회 시작문학상과 제5회 육사시문학상 젊은시인상, 2015년 제15회 노작문학상, 2014년 제18회 현대시작품상, 2017년 제18회 백석문학상을 받았다.
시집으로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문지, 2004),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창작과비평사, 2007), 《아무 날의 도시》(문지, 2012),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창비, 2017)',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문학동네, 2021); 산문집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난다, 2016); 소설 《재》(난다 , 2021) 등이 있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