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을 타고 인니서 비상하는 한국 제품·서비스
신성철 데일리인도네시아 발행인 / 한인뉴스 논설위원
이제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한국 식품을 먹고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K-Pop을 들으며 한국 화장품을 사용하고 한국 관광도 즐긴다. 2000년대 초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첫 한국 드라마가 지상파를 탄 이래, 한류 콘텐츠가 20년 이상 인기를 지속하고 있다. 처음에는 한국 드라마를 보고 주인공이 사용한 물건들을 구입하거나 K-Pop 댄스를 따라 하던 일방적인 수용이었으나, 이젠 한류가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삶의 일부가 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이 2024년 4월 발표한 '2024 해외 한류 실태조사'(2023년 기준)에 따르면, 응답자 57.9%가 한류가 한국 제품·서비스 이용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고, 특히 인도네시아가 81.4%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베트남(78.6%), 사우디아라비아(74.5%) 순이다. 한국 문화콘텐츠를 경험한 인도네시아인의 대다수는 한류가 한국 제품·서비스 이용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해 K-콘텐츠 소비가 연관 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26개국의 한국 문화콘텐츠 경험자 2만5천명을 대상으로 2023년 11월 10~30일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진행됐다.
문체부는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K-박람회'를 여는 등, K-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확산하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이번 조사에서 한류 경험자의 절반 이상(50.7%)은 '향후 한국산 제품·서비스를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3.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제품·서비스별로는 식품(64.7%)이 가장 높았으며, 한국 방문(61.8%), 음식점에서 식사(61.4%), 화장품(54.0%), 의류 구매(52.8%) 등이 높은 소비 의향을 보였다.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호감도 조사에서 가장 높은 국가는 인도네시아이다. '마음에 든다'(호감)라고 답한 비율은 인도네시아(86.3%), 인도(84.5%), 태국·아랍에미리트(83.0%), 베트남(82.9%) 등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호감도가 높았다.
인도네시아 2억8천만 인구 가운데 생산가능인구는 전체 인구의 68%, 평균 연령은 29세로 젊은 인구구조를 갖고 있는 역동적인 소비시장이다. 아울러 소득 증가에 따른 중산층의 증가는 소비시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소비가 55%가량 차지할 만큼 탄탄한 내수시장은 유통 서비스업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을 통해 한국 음식문화를 접한 인도네시아 10~20대의 한식에 대한 반응이 가장 뜨겁다. 팬데믹 기간에 떡볶이로 대표되는 K-분식의 소비가 크게 늘었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 음식으로는 떡볶이와 김밥을 꼽을 수 있다. 떡볶이의 맵고 짜고 단맛은 인도네시아 현지인 입맛에 잘 맞으며, 떡과 유사한 인도네시아 음식 '론통'(lontong)이 있어 식감에 대한 거부감도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술집인 포차(pocha)가 현지에서는 떡볶이, 잡채와 불고기 등 현지인이 좋아하는 음식을 파는 간이식당 컨셉으로 확산되고 있다. 주류를 판매하는 포차도 있다. 이 같이 새로운 한류 음식 문화가 현지에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대표적인 한국 기업이 투자한 유통기업이다. 롯데마트는 2008년 한국 유통 기업 최초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인도네시아 대형마트 마크로(Makro) 19개점을 인수하며 현지 사업을 확대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 매장 50곳을 운영 중이다. 롯데마트는 인도네시아 유통업계 역시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10대 도시 대형 점포와 중소 도시 거점 점포를 연결해 전국적인 물류 네트워크로 활용할 방침이다. 앞서 롯데그룹은 2013년 6월 자카르타 메가꾸닝안 지역의 복합단지인 ‘찌뿌뜨라 월드 자카르타‘에 복합쇼핑몰인 ‘롯데쇼핑 에비뉴점‘을 오픈했다.
인도네시아 유통업계를 통해 한국 식품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민의 소득이 증가하고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소비자들은 전통시장보다는 쇼핑의 편리함을 제공하는 현대적인 유통 채널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2019년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현대적인 유통 채널 가운데 하이퍼마켓과 미니마켓(편의점)은 확산 추세인 반면, 슈퍼마켓은 축소되고 있다. 2018년에만 헤로 슈퍼마켓이 26개 점포가 문을 닫았고, 미니마켓은 급증하는 추세다. 인도네시아 1위와 2위를 달리는 미니마켓인 인도마렛과 알파마트는 2011년에 매장수가 각각 5,755개와 5,200개였으나, 2017년에 각각 15,335개와 13,400개로 2.5배 이상 증가했다. 이들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는 한국에서 수입한 라면과 떡볶이 등 한국 식품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생산한 한국 가공식품도 쉽게 볼 수 있다. 최근 자카르타 외곽 땅그랑 지역에는 한국식 편의점을 컨셉으로 한 'K3MART'가 오픈했다. 이 곳에서는 한국 식품과 간편조리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유통산업에서 현지 한인이 운영하는 유통기업과 슈퍼마켓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 유통기업들은 먼 타국에서 한인들의 식생활을 책임져 주었을 뿐만 아니라, 2000년대 후반기부터 시작된 인도네시아 한류 열풍을 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부터 태동하기 시작한 한인 슈퍼마켓은 무궁화를 시작으로 도라지, 뉴서울, 한일마트, K-마트 등이 있으며, 이들 유통회사들은 인도네시아 대도시 식품 유통 점포에 납품하거나 한국인이 근무하는 지방에 있는 회사에 한국 식품을 공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영화시장이다. CJ CGV는 2013년 인도네시아 극장 체인 블리츠 메가플렉스(Blitz Megaplex)를 위탁 경영하며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2017년 1월 블리츠 메가플렉스를 CGV로 브랜드를 전환하면서 확장한다. 위탁경영을 맡기 전인 2012년 400만명 수준에 불과했던 연 관객 수는 2016년 1,000만명, 2019년 2,000만명을 넘어서며 급증했다. 한국 영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높다. 2024년 4월 영화 '파묘'는 23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 '7번 방의 기적'을 리메이크 해 2022년 9월 개봉한 인도네시아 작품은 관람객 수 585만여 명, 역대 관람객 수 6위를 기록했다. CGV는 2023년 연말 기준 현지에서 74개 극장·422개 스크린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지 1위 영화관 시네마 21(Cinema XXI)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컨설팅기업 미디어 파트너스 아시아(Media Partners Asia)에 따르면, 2023년 인도네시아의 영화산업 규모는 82억 달러 규모로 전 세계 17위 규모이며 2023년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7.3%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2년까지 145곳(스크린 609개)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 517곳(스크린 2145개)으로 늘었다.
한류에 깊이가 더해지고 인도네시아인이 함께 즐길 수 있을 만큼 확산하면서 그 영향력도 커졌다. 이제는 지속가능한 쌍방향 문화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자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양국 모두에게 자국의 문화는 소중한 자산일 뿐만 아니라 자국민의 정체성 고양, 외교 및 경제 유발 효과 등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 한국이 한류 문화를 통해 인도네시아와 다양한 온·오프라인 교류를 하며 선한 영향력을 펼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인도네시아 문화와 제품을 소비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이기를 희망한다. [데일리인도네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