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건기에
강인수
사랑하는 당신과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마셨네
날도 더운데 목구멍마저
후끈 달아올라 할 말을 못하고
매번 음, 음, 말을 이으면서
나뭇잎 무늬가 닳아 없어지도록
볕이 뜨겁네
진종일 마주 앉아 처음으로
한 말이었네
*시 읽기
바야흐로 건기의 계절입니다. 사랑하는 이와 커피 한 잔을 마신다면 깊은 대화가 뭐 필요하겠습니까. 그저 마주 앉아 있으며 말을 아껴 툭 던지는 언어가 심정의 표현이 되고 진심이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나뭇잎 무늬가 닳도록 볕이 뜨거워지는 적도의 한 여름 건기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 이제 커피 한 잔 드셔보실까요?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