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 놓고 있다가
강인수
뒤꿈치 물린 적 있다
구겨진 신발 신고
덜컹거리며 걸을 때
누군가 놓쳐버린 목줄을 끌고 달려온
개에게
내 주름진 살갗에
낫으로 찍은 이빨 자국이
피멍으로 번졌다
비명이 하늘로 치솟자
번개가 눈앞에서 쾅 하고
고꾸라졌다
어디로 갔는지 개는 없다
살다 보면
넋 놓고 있다가
고통의 비명을 지르게 되는
그런 날들이 자주 왔다
그때마다 살점을 떼이고 나면
또
당했다며 주먹으로 가슴을 치던
바보가
이제 덜컹거리지 않으려
마음에 나사를 박고 조이고 있다
*시읽기
우리는 살면서 뜻하지 않게 무언가에 사고를 당하며 삽니다. 그것이 자연적인 재해이든 의도된 누군가에 의한 비수이든 넋을 놓고 그냥 살다가는 상처를 입는 일이 허다한 세상. 언젠가 여름날 평상에 누워 뒹굴뒹굴 거리다 모기에게도 뒤꿈치를 물려본 적 있는 저는 혀를 끌끌 찼습니다. 이런 미물에게도 물리면 아프구나! 요즘 같은 시대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곤란해지는 상황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열심히 마음을 조여 주고 닦고 해야겠습니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