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대한민국 최초’ 역사를 쓰고 있는 한국인
글: 신성철 데일리인도네시아 발행인 / 한인뉴스 논설위원
일본 자동차 브랜드 독점하다시피한 인도네시아 시장에 뛰어 든 현대자동차가 2022년 3월 인도네시아 최초 전기차 공장을 세우고 현지 생산 전기차인 아이오닉5를 앞세워 최대 전기차 판매기록(2023년 1~7월)을 달성했다. 앞서 2019년 산유국이면서도 수입국인 인도네시아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이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뻐르따미나(Pertamina)로부터 우리나라가 현지에서 최초로 총사업비 6조원 규모의 정유공장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현대엔지니어링 단일 플랜트사업 기준으로도 사상 최대 규모이다.
이같이 한국과 인도네시아 관계에는 최초와 1호가 많다. 오늘날 같이 양국이 긴밀한 관계를 이룩한 데는 선배들의 피와 땀의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가 한국 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에 발판을 마련해준 의미있는 나라라는 것은 다음 사례를 통해 증명된다.
‘제1호 한국 ‘해외투자사업’은 1968년 코데코(Kodeco, 한국남방개발)의 원목개발사업이다. ‘한국 최초의 제조업 해외투자는 1973년 대상(당시 미원)의 인도네시아 현지 공장 건설이다. 인도네시아 최초의 고속도로는 자카르타~보고르를 잇는 자고라위 고속도로(Jagorawi Toll Road, 연장 59km)로 현대건설이 1973년 수주해 1978년에 완공했으며 지금도 현지에서 훌륭한 토목공사로 꼽힌다.
우리나라가 산유국의 꿈을 실현하게 한 나라도 인도네시아이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이 1970년대 두차례 석유파동으로 국가경제가 흔들릴 때, 1981년 코데코가 뻐르따미나와의 서마두라유전 공동개발은 ‘한국 최초 해외유전개발 사업’이다. 인도네시아는 1992년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제1호 해외사무소를 개소한 국가로, 한국 해외원조의 첫 사례이다. 한국은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가 된 유일한 국가이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이 개발한 프로펠러형 훈련기 KT-1을 최초 수입한 국가이며, 제트 훈련기 T-50을 가장 먼저 사준 나라이다. 또 우리가 생산한 잠수함을 가장 먼저 구매한 국가(2011년 3척 구매계약 체결)이며, KF-21 전투기 공동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는 최초의 국가가 인도네시아이다.
냉전시대인 1973년에 인도네시아는 아시아 국가 중 남북한이 대사관을 동시에 상주시킨 첫번째 국가이다. 2023년 한국-인도네시아 수교 50주년을 맞아 실시한 '인도네시아인의 한국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한류 콘텐츠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 가운데 하나이고, 인도네시아인이 가장 가고 싶은 나라 1위로 한국을 꼽았다. 그리고 60%가 넘는 인도네시아인들이 한국을 자국 발전 모델로 삼기에 '적합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가장 신뢰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국제 환경 변화 속에서 인도네시아와의 협력의 중요성은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관계의 동력은 무엇보다도 경제와 비즈니스이다.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목재산업으로 시작해 경공업인 섬유·봉제와 전자산업 등 제조업 분야의 협력을 넘어서, 제철과 석유화학은 물론 전기차 생태계 구축 및 신수도 건설이라는 국가적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면서 양국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2023년 한국-인도네시아 수교 50주년을 맞아 ‘한국-인도네시아 포괄적 경제 동반자협정’(CEPA)이 발효돼 양국의 협력관계는 입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풍부한 노동력과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경제개혁을 단행하면서 1차, 2차, 3차 및 4차 산업을 동시에 발전시키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제4차 산업혁명(4th Industrial Revolution) 실현을 위한 로드맵 '메이킹 인도네시아 4.0’(Making Indonesia 4.0) 진행하면서, 한국 등 제조업 선진국을 통한 기술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 스마트 팩토리 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메이킹 인도네시아 4.0’ 정책에 기반한 제조업 경쟁력 강화로 현재 세계 16위 경제 규모를 2030년까지 10위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도네시아의 제조업은 의류와 섬유, 신발, 목재, 가구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 강점이 있지만 생산 방식은 사람이 모든 것을 관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제조업 강국의 꿈을 이루려면 자동화를 통한 대량생산을 뛰어넘어 4차산업 기술로 직행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의 스마트 팩토리 기술이 해답이 될 수 있다는 정책적 제언이 나오면서 한국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제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수교 반세기를 맞았다. 양국은 외교와 국방, 경제와 비즈니스 및 사회문화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