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강인수의 문학산책#20 왼편/한백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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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의 문학산책#20 왼편/한백양

기사입력 2024.02.08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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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 

 

                                             한백양

 

집의 왼편에는 오래된 빌라가 있다 

오랫동안 빌라를 떠나지 못한

가족들이 한 번씩 크게 싸우곤 한다


너는 왜 그래. 나는 그래. 오가는

말의 흔들림이 현관에 쌓일 때마다

나는 불면증을 지형적인 질병으로

그 가족들을 왼손처럼 서투른 것으로


그러나 아직 희망은 있다


집의 왼편에 있는 모든 빌라가

늙은 새처럼 지지배배 떠들면서도

일제히 내 왼쪽 빌라의 편이 되는

어떤 날과 어떤 밤이 많다는 것


내 편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아직 잠들어 있을 내 편을 생각한다

같은 무게의 불면증을 짊어진 그가

내 가족이고 가끔 소고기를 사준다면

나는 그가 보여준 노력의 편이 되겠지


그러나 왼편에는 오래된 빌라가 있고

오른편에는 오래된 미래가 있으므로

나는 한 번씩 그렇지, 하면서 끄덕인다


부서진 화분에 테이프를 발라두었다고

다시 한 번 싸우는 사람들로부터


따뜻하고 뭉그러진 바람이 밀려든다

밥을 종종 주었던 길고양이가 가끔

빌라에서 밥을 얻어먹는 건 다행이다


고양이도 알고 있는 것이다

제 편이 되어줄 사람들은 싸운 후에도

편이 되어주는 걸 멈추지 않는다

 

오래된 빌라 300.jpg
오래된 빌라 [사진: 강인수]

 

 

*시읽기

202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입니다. 여러분은 왼편 이라는 시를 읽어 보고 어떤 느낌이 드셨을까요? 생각해 보면 정치적일 수도 있을 거 같고요. 삶에서도 내편 니편을 가르는 일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생각해 봅니다. 우리 생에 하나의 의견으로 통일되어 산다면 재미없겠지요?

 

*한백양

시인. 2024년  동아일보신춘문예 당선자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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