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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숙] 한국인과 재인니 한국인, 한국계 인도네시아인

기사입력 2024.01.1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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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재인도네시아 한국인, 한국계 인도네시아인

조연숙 데일리인도네시아 편집장 

 

인도네시아 거주 한인을 어떻게 불러야 하나? 인도네시아에 사는 한민족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 한국인, 한인, 재인도네시아 한국인, 한국계 인도네시아인? 다른 표현으로 재외동포와 교민? 해외에서 치르는 선거는 재외선거이고 이때 유권자의 명칭은 국외부재자이다. 이렇게 부르는 말에는 국적 차이처럼 개인이 처한 환경만이 아니라 개인을 바라보는 한국 정부의 시각도 반영되어 있다. 

 

통상적으로 인도네시아에서 한국계 혈통을 가진 사람은 한인이라고 부르고, 이 중에서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은 재인도네시아 한국인 그리고 인도네시아 국적을 가진 사람은 한국계 인도네시아인이라고 부른다. 한편으로 한국에서는 해외에 사는 한국인을 교민 또는 재외동포라고 부르지만, 해외에서는 스스로를 현지인과 구별해서 한국인이라고 부른다. 

 

재외동포기본법 제2조에는 “재외동포”를 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외국에 장기체류하거나 외국의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 나) 출생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하였던 사람(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에 국외로 이주한 사람을 포함한다) 또는 그 직계비속으로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 중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규정한다. 재외동포기본법은 2023년 5월 9일에 제정되어 2023년 11월 10일에 시행된 법률로, 재외동포정책의 기본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인의 정체성은 만들어 가는 것  

 

함재봉 전 연세대학교 교수(현 한국학술연구원 원장)는 저서 『한국사람 만들기』 제1권에서 "'한국사람'이란 역사 60여 년에 불과한 미완성의 인간"이라며 "한국이라는 국가 역시 고전이 하나도 없는 나라다. 한글이 널리 사용된 것도 70년이 안 됐다. 새 나라에 새 말인 사실을 우리가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우리처럼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민족이 없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적대적인 개념이 아닌, 상호 이해하는 방식이다. 다른 점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극복하는 방향이다. 진정한 '한국사람 만들기'는 이제 시작이다." 함재봉 교수가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면서 스스로 정체성을 고민하고 성장해 한국의 정치·역사를 연구하며 깨달은 사실이다.

 

함 교수는 “우리는 이미 단일민족의 신화를 넘어 다민족 사회”라고 정의하고, ‘한국사람’이란 공동체의 정체성을 한두 가지의 변치 않는 본질에서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결국 민족의 정체성은 각 시대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함 교수에 따르면 '한국사람'이란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한 곳은 1962년 9월 22일 조선일보이다. 이전엔 ‘조선사람’이란 단어가 존재했지, 한국사람은 없었다. 대한제국 시절에도 대한제국인이었다. '한국사람'이란 말이 생긴 지 약 60년이 됐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사람만큼 세계에서 서로 다른 민족이 없다"고 덧붙였다. 언어, 풍습, 이념, 종교, 인종 등 어느 하나도 공통점이 없다며 한국사람의 본질이 아닌 '왜 이렇게 다양한지'를 물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은 고민했다. 국권 회복이 되면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러시아, 상하이, 하와이, 도쿄 등 세계 곳곳에 퍼져 있던 이유이다. 사람들은 기독교, 공산주의 등 국가의 다양성을 경험했다. 그게 우리의 20세기 초반 역사이다”라며 “하지만 해방 이후, 이들은 결국 '어떤 한국인이 될 것인가'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 현재 남북으로 갈라서고 내부 분열이 일어나는 이유이다"라고 말한다. 

 

함 교수는 한국사람을 다섯 종류로 정리했다. ▲친중위정척사파 ▲친일개화파 ▲친미기독교파 ▲친소공산주의파 ▲인종주의파 등이다. 그리고 이 다섯 가지는 한 사람당 하나가 아닌, 한 사람 안에 다섯 가지가 섞여 있는데, 문제는 이들이 정리되지 않고 서로 다르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함 교수는 "지금 한국은 인프라, 경제력 모든 걸 갖추고 있지만 문화적·사상적 측면에서의 한국사람은 없다. 놀라울 정도로 서로 다양한 측면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걸 반대로 생각하면 다양함이 특색이 될 수 있다. 다양성을 이용해 새로운 걸 만들 수 있다. 독창적 문명이다. 아직 완전해지지 않았고, 우리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한국사람 만들기.'이다"라고 말했다. 

 

함 교수는 한국사람을 부르는 공통된 호칭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북한사람, 중국동포, 조선족, 고려인, 재일교포, 민단, 조총련, 재미교포 등. 이들을 모두 포용하려면 한국사람은 영토를 넘어서야 하는 개념인 동시에 한국에 이주해 사는 외국인들을 포용하려면 혈연도 넘어서야 한다. 

 

같은 영토도 아니고 같은 혈통도 아니라면 한국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는 특징은 무엇일까? 한국어? 해외로 이주한 사람들이 2세대만 지나도 한국어가 쉽지 않고 3세대부터는 한국어를 못하는 사람들도 흔하다. 국내에 이주한 외국인들도 한국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는 중국은 진나라 때부터 ‘한족’ 만들기 시작했고, 한국은 ‘통일신라’가 신라인 만들기를 시작한 후 고려인, 조선인, 한국인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한국사람 만들기’가 한국인이라는 카테고리를 벗어나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로 이어지면 안 된다고 역설한다. 그는 모든 사람이 소속감을 느끼고 연대할 수 있는 수단이어야지 차별과 배제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베네딕트 앤더슨 『상상된 공동체』 

 

정치학자 겸 역사학자 베네딕트 앤더슨은 저서 『상상된 공동체』에서 ‘민족은 제한되고 주권을 가진 것으로 상상되는 공동체일 뿐”이라고 썼다. “많은 국가가 민족의 이름으로 삶을 영위하면서도 민족, 민족성, 민족주의 같은 말은 정의조차 힘들다”라고 말한다. 

 

앤더슨은 민족이 근대에 와서 생긴 개념으로, “역사적 숙명으로, 그리고 언어를 통해 상상된 공동체인 민족은 열려 있으면서 동시에 닫혀 있다”라고 정의했다. 

 

그는 왕권이 약화하고 종교공동체가 붕괴하던 시기에 인쇄술이 발달하자 서로 교류한 적이 없던 이들이 신문과 책 같은 인쇄물을 통해 서로 같은 언어권임을 확인하면서 이 언어집단을 하나의 민족으로 여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족은 때로 자기희생적인 사랑을 고취하며, 잘 문명화된 민족주의는 삶을 안정되게 만든다”라며 하지만 동시에 “강한 수평적 형제애나 사랑의 감정은 공동체 내부로만 향할 뿐, 외부의 사람들을 배제하는 형태로 나타나기 쉽다”라고 경계심을 높였다. 

 

앤더슨은 민족주의는 경계의 안과 바깥을 구별하는 과정에서 국수주의나 인종주의로 빠지기 쉽다고 경고했다. 

 

맺는말 

 

재인도네시아 한국인은 국경을 넘은 한국인이고, 한국계 인도네시아인은 국적을 넘은 한국인이다. 국제결혼 부부의 자녀는 민족을 넘어선 한국인이다.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나서 자라는 한국인 2세부터는 한국어를 넘어선 한국인이다. 이들은 한국을 바라보는 동시에 인도네시아도 바라본다. 그럼에도 이들은 모두 한국인이다. 

 

함재봉 교수는 ‘한국사람 또는 한국인’이 공통점이 없는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개념이라고 말한다. 앤더슨은 ‘민족’이 상상된 공동체라고 말한다. 결국 한국인 또는 한민족이라는 상상된 공동체는 모두를 아우르는 다양성과 포용력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새로운 정체성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부르는 명칭도 우리 스스로의 특징도 앞으로 계속 고민해야 한다.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 고민이 타인을 배제하고 구별하는 행위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끝] 

 

한국사람 만들기2.jpg

한국인만들기 [이미지: 데일리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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