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행복 사이
누군가를 기다리다 시든 꽃잎, 그늘이 드리워진 젊은이의 푸석한 안색에서 외로움의 그림자를 본다. 가을비 추적추적 내리던 날 정년의 사직서를 쓰고 귀가하는 아버지의 허리 굽은 뒷모습을 보았는가? 평생을 측은지심으로 자식에게 모든 걸 다 내어주고 보상으로 얻어낸 마흔 살 꺼풀, 주름 사이에 피는 행복한 웃음은 대체 무엇일까?
청록의 계절에 매끄러운 윤기를 뽐내던 나뭇잎은 잠시 왔다 화려한 추억을 뒤로 하고 붉은 미소를 흘리며 쇠락의 순간을 맞이한다. 무영의 캄캄한 우주 속, 어느 순간 빛과 생명이 숨쉬는 이 땅의 부름을 받고 축복 속에 태어날 때도 혼자였듯이 파란만장한 여정을 끝내고 죽어서 돌아가야 하는 것도 저 우주 속 까마득한 암흑, 지구라는 아름다운 행성에 초대받은 일도, 보이지 않는 행복을 찾아 그토록 열심히 살아온 지난 일도, 외로움을 떨치기 위한 끊임없는 수고였다.
지금, 이 순간 무리 속에 동행하며 푸른 허공에 가슴을 내밀고 숨 쉴 수 있으니 고맙고 외롭다고 투정할 수 있으니 더욱이 행복한 이유이다.
-김준규 님의 수필집 “저 바람 속에 운명의 노래가” 중에서-
*수필 읽기
이번 주는 시인이자 수필가인 김준규 님의 수필집 “저 바람 속에 운명의 노래가”에서 한 편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외로움과 행복 사이라는 수필의 한 부분을 발췌해 소개하자면 '혼자 왔다 혼자 돌아가는 인생의 여정이 수고와 고통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이 아름다운 지구에 초대받아 살고 있는 우리들은 각자의 소소한 행복을 얼마나 느끼면서 살고 있는지,
따뜻한 이웃과 얼마나 동행하고 소통하며 지내고 있는지, 그리고 행복한지 스스로에게 묻고 싶은 생각이 든다. 오늘은 푸른 허공과 바람 속에 흔들리는 나뭇잎에게 말을 걸어보자! “나 숨 쉴 수 있어서 행복하다!”라고.
*강인수
강인수 시인은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준규
칠순의 나이에 등단한 시인이자 수필가 김준규 시인은 인도네시아에서 활동하는 발명 사업가이기도 하다.
첫 번째 시집 <보딩패스>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시집 <낙엽의 귀향>과 수필집 <저 바람 속의 운명의 노래가>를 발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