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스나얀에서-
강인수
플로렌스 커피향이
낡은 지붕과 반듯한 빌딩 숲 사이에서
방황 하는 것을 보았네
차창을 두드리며 꽃을 파는
소녀의 입술에도 향은 머무는
것인지
유리창 너머에서
기웃거리고 있었네
오후 햇살을 한 몸에
받으며 스나얀을
지키는
청년 동상도 한때는
달콤한 그녀에 반해
날고 싶어했을까
나른한 졸음이 몰려오는
도시에서도
허리를 굽히고 서성이는 고양이에게서도
이 거리에 뒹구는 잎사귀에서도
커피향이 나는 것은
붉은 열매가 검게 되기까지 사랑한
오래된 우리들의
몇 날 몇 해가
쓴 잔을 마셨기 때문이
아닐까
*시 읽기
스나얀을 수없이 지나다녔던 우리들! 문득 풍경을 바라봅니다.
오래된 것과 찬란한 건물 사이에서 생각은 방황을 합니다.
뒷골목에 소소하게 생기는 커피향도 이 거리를 채웁니다.
젊은 동상도 이제 꽤 나이가 먹었습니다. 한 때는 젊음의 용기를 뿜었겠지요. 삶은 방황기를
지나 머뭇거리고 깨우치고 사랑합니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빈부의 삶이 그저 다를 뿐
붉은 것이 검게 되기까지 커피처럼 오래도록 사랑한 생의 몇 날 몇 해가 지금을 살아가게 합니다.
*강인수
강인수 시인은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