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교육대학교(UPI) 한국어교육학과의 신영덕 교수는 2009년부터 14년 간 인도네시아 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학에 대해 가르치며 현지에 한국어와 한국학이 뿌리내리는 데 기여했다.
그는 한국어 교육 발전과 저변 확대를 위해 한국어교육자협회를 설립해 초대회장을 역임했고, 한국학연구소를 설립했으며, 강연과 기고, 저서 출판과 논문 발표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어와 한국학 보급에 힘썼다. 지난 8월 9일 <데일리인도네시아>와 <자카르타경제신문>은 귀임을 앞둔 신영덕 교수 부부를 자카르타의 한 식당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다음은 신영덕 교수와의 일문일답
*신영덕 교수님의 인도네시아에서의 활동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2009년 인도네시아에 와서 2023년까지 14년 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강연, 한인 매체에 기고, 다양한 프로젝트 기획과 수행, 저서 출판, 논문 작성, 한국학연구소 설립, <인도네시아 한국어 교육자 협회(AJARI)> 설립 등의 활동을 했습니다.
한국문화원, 한국대사관,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가자마다대학교, 나시오날대학교, 세종학당, 인도네시아 고등학교 등에서 한국문학, 한국어교육, 한국 문화, 한류, 청소년 진로 문제 등에 대해 강연했고, 여러 기관이나 단체가 주관하는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심사를 맡기도 했습니다. 국내외 학술대회에 참여하여 논문을 발표했고, 인도네시아를 한국에 소개하는 책을 쓰기도 했고, 인도네시아어로 된 한국사와 한국문학에 대한 책을 출판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 오기 전 한국에서의 활동과 인도네시아에 오게 된 계기는
공군사관학교에서 24년 간 생도들을 가르치고 2008년 6월 공군 대령으로 명예 전역했습니다. 전역 후 무언가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던 차에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한국어와 한국학을 가르칠 객원교수를 선발해 해외에 파견한다는 사실을 알고 지원했습니다. 감사하게도 국립인도네시아대학교(UI)에 객원교수로 파견돼 인도네시아에 오게 됐습니다.
*인도네시아에 파견될 당시 분위기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인도네시아에서는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한류 열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이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덕분에 가르치는 일이 즐거웠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어떤 학교에 근무하셨나요?
한국국제교류재단 객원교수로 국립인도네시아대학교(UI)에 부임해 2009년부터 2015년 1월 말까지 6년간 근무했습니다. 이후 반둥에 있는 인도네시아교육대학교(UPI)에서 2015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 근무했습니다. UI와 UPI 모두 인도네시아 주요 명문대학으로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운영합니다. 특히 UPI는 한국교원대학교와 유사한 대학으로 한국어 교원을 양성합니다.
UI 근무를 마치고 귀국을 준비하던 중 UPI에서 한국어교육학과를 개설하려 한다며 도와달라고 저를 초빙했습니다. 저는 당시 어문대학 학장이었던 디디 수키야디 교수와 함께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장을 직접 만나 상황을 설명하였고, 한국국제교류재단에도 지원을 요청해서 한국어교육학과를 설립할 수 있었습니다.
*UPI는 인도네시아 대학 중 한국학 관련 학과 설립이 늦었음에도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계기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주관하는 <해외 대학 한국학 씨앗형 사업>을 통해 매년 4,700만원 정도의 예산을 2017년 7월부터 2020년 6월30일까지 3년 간 지원받아서 한국어교육과 발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이 예산을 이용해 UPI에 한국학연구소를 설립하고, 학생들에게 근로장학금을 지원해서 인력을 확보했고, 한국어와 한국학 교육 관련 워크숍과 컨퍼런스를 매년 개최하고 논문을 발표하고 논문집도 발간했습니다.
*한국어로 된 교재를 편찬하셨습니다. 계기는?
인도네시아 대학생들이 <한국문학사> 강의를 어려워했습니다. 강의 내용이 쉽지 않은 데다가 인도네시아어로 된 교재가 없어서 더 힘들어 했습니다. 한 학생이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울면서 시험공부를 했다고 말하는 걸 듣고, 인도네시아어로 된 <한국문학사> 교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강의 시간에 인도네시아어를 사용해서 설명하면 학생들이 훨씬 쉽게 이해하는 모습도 인도네시아어 교재의 필요성을 느끼게 했습니다.
결국 11년 만에 인도네시아인 교수들과 인도네시아어로 된 교재 『한국사 이해』(2019)와 『한국문학 이해』(2020)를 공동 집필하여 인도네시아 출판사에서 출판했습니다.
*저서를 소개해 주십시오.
『인도네시아 사람들 이야기』는 인도네시아 문화를 한국에 소개하기 위해 기획편집한 책입니다. 인도네시아 대표 종족 20여 개와 그들의 문화를 소개했습니다. 이 책은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도네시아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소개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교재 『한국명작의 이해와 감상』과 『한국문학사』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서 중국 복단대학 및 전남대 교수들과 공동 연구로 편찬했습니다. 이 책은 한국출판사에서 한국어로 출판하였습니다.
넨덴 릴리스 UPI 교수와 함께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2018)를 인도네시아어로 번역해 출판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인도네시아어로 된 교재 『한국사 이해』(2019)와 『한국문학 이해』(2020)를 현지인 교수님들과 공동 집필했습니다.
*신 교수님의 부인인 이전순 선생님도 UPI에서 강단에 서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두 분이 함께 활동하시면서 어떤 시너지가 났나요?
한국어교육과 설립 당시 UPI는 한국어교육학과에 한국인 강사 3명을 현지 채용했습니다. 아내인 이전순 교수는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서 겸임 교수로 채용됐고, 이후 우리 부부는 활동을 거의 함께 했습니다. 함께 커리큘럼을 만들고 수업 계획서도 작성했습니다. 특히 이전순 교수는 제가 놓쳤던 중요한 사항들을 미리 알려주어서 맡은 일을 수행하는 데 크게 도움을 주었습니다.
*<인도네시아 한국학교육학회(AKSEIN)>에 대해
<인도네시아 한국학교육학회(AKSEIN)>는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어와 한국학을 가르치는 교수들이 학술정보 교환과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2015년 8월에 결성한 단체입니다. AKSEIN은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어와 한국학 교육의 발전을 위해 한국어와 한국학 교육에 관련된 세미나를 여러 차례 개최하고 논문집도 냈습니다. 이후 이 단체는 <인도네시아 한국어교육자협회>로 흡수 통합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 한국어교육자협회(AJARI)>에 대해
2018년 3월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어 교육의 발전을 위해 인도네시아에 있는 한국어 교수, 교사, 학원 강사 등이 참여해 설립한 단체입니다. 저는 초대 회장을 맡아서 매년 세미나와 워크숍을 개최하고 논문집을 발간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일은
인도네시아 설화와 한국 설화를 비교한 논문을 경희대 박사과정에 다니던 제자와 함께 써서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던 일입니다.
또 족자카르타에 있는 가자마다대학교(UGM)의 요청으로 학생들에게 한국문학 특강을 한 것입니다. 한 학기 강의 내용을 2주동안 매일 6시간씩 강의하느라 힘들었지만 보람이 있었습니다.
2019년에는 수라바야 세종학당에서 <윤동주의 생애와 시>라는 제목으로 강연하던 중 한 학생의 시 낭송을 듣다가 눈물이 나서 당황했던 일이 기억에 납니다.
인도네시아 유명한 소설 『라스까르 쁠랑이(무지개 군단)』의 무대인 블리뚱에 갔던 일도 기억이 납니다. 당시 인도네시아 교육부 주최 한국어 말하기 대회 심사위원 자격으로 갔었습니다.
2022~2023년 기간에는 학생들과 한국문학번역 동아리를 만들어서 한국소설 이태준의 <복덕방>과 황순원의 <소나기>를 번역했습니다. 학생들은 한국어 실력이 향상된 점을 좋아했으나, 여러 제약으로 온라인으로 활동한 점은 아쉬워했습니다.
*보람을 느낀 일은
제가 가르친 제자들이 한국 유학 후 돌아와 교수가 되고, 저와 공동으로 논문을 발표하거나 저서를 출판한 일입니다. 2020년 12월에 UPI는 저와 아내에게 제1회 공로상을 수여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UPI를 떠나면서 제가 소장하고 있던 자료와 책을 인도네시아교육대학교 한국학연구소에 기증하였습니다. 앞으로 많이 활용되어서 한국학 발전에 기여한다면 뿌듯할 것 같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어교육과 한국학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인도네시아에서의 한국어교육과 한국학은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한국어교육과 한국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교수 지원, 장학생 선발), 한국 기업(졸업생 채용, 장학금과 연구비 지원), 현지 교민(장학금 지원. 학생들 행사 지원과 한국문화체험 기회 제공 등)의 관심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도네시아를 떠나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지난 14여 년의 세월을 돌이켜 보니 모든 것이 감사합니다. 그동안 도움을 주신 모든 분, 그리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한국국제교류재단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데일리인도네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