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먹구름이 몰려온다.
해가 기운을 잃고 하늘이 어두워진다.
비 냄새가 난다.
마른 벽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짱짱하다.
창 너머로 보이던
검은 아스팔트 도로와 형형색색의 자동차들,
비를 피해 달리던 사람들,
푸른 색의 골프장과 붉은 기와의 집들,
멀리 보이던 산까지 모두 사라졌다.
세찬 빗줄기만 눈 앞에 가득하다.
빗소리가 잦아들고
하늘이 밝아지더니
다시 도로와 가로수 그리고 멀리 지평선이 나타났다.
자동차가 달리고
바지단을 걷어 올린 사람들이 물웅덩이를 피해 걷는다.
샤워를 끝낸 하늘이 촉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