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건물 이름에 붙여진 ‘찌뿌뜨라’(Ciputra)라는 고유명사는 인도네시아에 사는 한인들에게는 익숙한 단어인데, 실은 인도네시아에서 손꼽히는 재벌의 이름이다. 중국계 인도네시아인 찌뿌뜨라(1931~2019)는 사업가이면서 건축가이지만 문화예술에 조예가 깊고 독지가로 유명하다. 인도네시아 롯데쇼핑에비뉴는 자카르타 메가꾸닝안 지구에 위치한 찌뿌뜨라 월드 자카르타(Ciputra World Jakarta) 복합단지에 위치해 있어 한인들에게는 더없이 익숙하다.
찌뿌뜨라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부동산개발회사 중 하나인 찌뿌뜨라그룹의 설립자로 지금은 자카르타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찌뿌뜨라개발(Ciputra Development) 등 다수 계열사가 있으며, 수라바야에 실무 중심의 종합대학인 찌뿌뜨라대학교(Ciputra University of Entrepreneurship)와 박물관과 공연장을 갖춘 예술회관인 찌뿌뜨라 아트프리뉴어 뮤지엄(Ciputra Artpreneur Museum)을 운영하고 있다. 찌뿌뜨라는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인 헨드라 구나완의 작품 130여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일부를 찌뿌뜨라 월드 자카르타 뮤지엄에 전시하고 있다. 찌뿌뜨라는 헨드라 구나완의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한 아트 콜렉터이다.
찌에찌호안(Tjie Tjin Hoan, 徐振煥)이 본명인 찌뿌뜨라는 네덜란드 식민지배 시기인 1931년 중부술라웨시주 빠리기라고 불리는 소도시에서 중국 푸젠성 장저우시 출신인 아버지 찌에심포에(徐沈步)와 어머니 리에엥니오(李英娘)의 셋째로 태어났다. 찌뿌뜨라의 아버지는 일본이 점령한 직후 네덜란드의 식민정부의 첩자 협의로 체포된 후 감옥에서 숨져 찌뿌뜨라는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낸다.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학업을 재개해 북부술라웨시 주도 마나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반둥공대(ITB) 건축학과에 입학해 1960년에 졸업한다. 그는 대학교 재학 중인 1956년 중국이름에서 찌뿌뜨라로 개명한다. 대학교를 졸업한 찌뿌뜨라는 당시 자카르타 주지사 수마르노 소스로앗모조의 신임을 얻어 주정부가 운영하는 건설사 뻠방운안 자야(Pembangunan Jaya)의 총책임자가 된다. 안쫄공원과 스닌시장 등 35년 동안 찌뿌뜨라는 많은 경험과 경력을 쌓는다.
공직생활을 마친 찌뿌뜨라는 해외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4명의 자녀들과 함께 1980년대 초 찌뿌뜨라그룹을 설립하고 서부 자카르타에 뉴타운 형식의 찌뜨라 가든 시티(Citra Garden City)를 건설했다. 이후 수라바야 찌뜨라 라야 등 30여 건의 대규모 건설사업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수주하면서 인도네시아에서 최대 건설사 가운데 하나로 성장한다.
찌뿌뜨라는 2018년 총 재산이 12억 달러로 인도네시아에서 27번째 부호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으나 2019년 88세를 일기로 싱가포르 병원에서 생을 마감한다. [데일리인도네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