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조연숙] "동남아와 인도네시아 거주 한인에 대해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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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숙] "동남아와 인도네시아 거주 한인에 대해 알고 싶다면"

기사입력 2022.11.0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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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연숙 데일리인도네시아 편집장 

 

1일 책.jpg

 

동남아시아 한인: 도전과 정착 그리고 미래

김지훈 , 김홍구 , 채수홍 , 홍석준 , 엄은희 , 김동엽, 이요한, 김희숙 저자(글)

눌민 · 2022년 05월 20일 출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나는 왜 여기 있는 걸까?’ 한국인이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한 번쯤 부딪히는 질문이 아닐까? 재외한인, 동남아시아 거주 한인, 인도네시아 거주 한인…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인도네시아 한인은 이주자일까 이민자일까? 그 답을 책 <동남아시아 한인: 도전과 정착 그리고 미래>에서 찾아보았다. 

 

<동남아시아 한인: 도전과 정착 그리고 미래>는 한국을 기반으로 하는 연구자 8명이 동남아시아에 거주하는 한인과 한인공동체에 대해 쓴 책으로, 2022년 5월에 눌민출판사가 펴냈다.  

 

이 책에 따르면, 국제기구는 이주자를 1년 이상 본국이 아닌 국가에서 거주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즉 1년 이상의 유학생과 3~5년 사이의 해외 주재원 모두 이주자로 분류하는 것. 이민자는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취득한 자로 정의한다. 동남아 한인의 주류는 영주권을 취득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정주(定住) 와 마찬가지의 삶을 이어가는 ‘체류형 이주’이거나 주재원이 행하는 ‘순환이주’ 형태를 가진다.

 

연구자들은 동남아 한인들이 초국적(supranational) 이주민의 정체성을 갖는다고 보았다. 이주민들은 모국과 정착국가 양국을 넘나드는 삶을 살아가며, 이중 언어를 구사하고, 두 국가에 각각 거주지를 유지하며, 두 국가에서 동시에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이해를 추구한다. 이들은 다중적이고 가변적이며 혼종적인 정체성을 형성한다. 과거 미국이나 러시아 이민자들이 현지 사회에 동화되는 것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이 책은 동남아 거주 한인들이 대체로 현지에 동화되는 정도가 낮다고 보았다. 또한 발달된 미디어와 인터넷 기술 그리고 한류와 한국문화를 기반으로, 스스로 상상의 공동체인 ‘한인’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과 정체성을 가진다고 썼다. 

 

동남아 한인의 또 다른 특성은 한국을 떠날 때는 스스로를 이민자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현지에 정착하는 것. 이는 이주국가의 이민 정책과도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는 외국인의 정착을 허용하는 제도가 서서히 만들어졌고, 한인들이 이에 대응하면서 영주화하고 있다. 예를 들면 싱가포르·말레이시아·필리핀 등은 자녀의 조기유학으로 이주했다가 사업비자나 은퇴비자를 받는 방법으로 영주화하고, 싱가포르·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등은 한국 기업 주재원으로 정주하다가 이후 본인의 사업을 위해 사실상 그 국가에 정착하는 사례가 많다. 

 

이 책의 저자들은 동남아에는 다양한 한인 유형이 공존한다고 말한다. 영어와 중국어를 필두로 자녀의 외국어 습득과 국제학교 교육을 통한 ‘문화 자본’을 추구하는 교육이주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등에서 2000년대 중반에 정점을 이루었지만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삶의 질’을 추구하는 은퇴이주는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 등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에서는 은퇴이주비자를 통해 자녀의 교육이주와 본인의 사업 시도를 도모하는 사례도 흔하다.

 

한국계 기업이 대규모로 이전한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등 국가에서는 대기업 주재원, 중소기업 경영자와 관리자, 자영업 종사자 등 유랑형 이주가 주를 이룬다. 해외에서 성장한 한인들이 글로벌 기업에 취업해 이주하는 글로벌 인재 이민은 싱가포르 한인 이주의 한 축이다. 여기에 더해 한인과 현지인의 국제결혼 가정의 구성원들이 향후 한인 사회에 미칠 영향도 주목해야 한다. 

 

동남아 한인 사회 형성과 확대에 큰 영향을 끼친 사건들로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잔류), 베트남전쟁(민수 조달 관련 일 종사하다가 인접국가로 이동해 정착), 1980년대 이후 한국기업의 동남아 진출, 1997년 한국 경제위기(동남아 주재원들이 현지 국가에 정착·영주) 등을 꼽았다. 

 

이 책에 따르면, 동남아는 한인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한인사회도 여타 지역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과 동남아의 경제적 동반성장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한국 해외직접투자(FDI) 시초는 1968년 인도네시아 목재업에 투자한 코데코(Kodeco. 한국남방개발)였다. 이처럼 한국의 후기 산업화와 한국기업의 세계화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동남아와의 긴밀한 연계 속에서 진행됐다. 또한 1990년대부터 한국-베트남과 일본-태국의 예처럼 동북아와 동남아 국가들은 글로벌 생산체계 내에서 상호 밀착 관계를 형성하며 고속성장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도 한국과 동남아시아 간 글로벌 생산체계의 밀착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동남아 국가 대부분에 거주하는 한인은 20세기 후반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전체 동남아 한인 수는 1970년대 1만 명 수준에서 1980년에 5,482명, 1999년에 4만463명, 그리고 2009년에 28만5,936명, 2019년 36만4,276명으로 급증한다. 2019년 기준 대한민국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국가별 한인 수는 베트남 17만2,684명(영주권자 274명, 시민권자 13명/전체 한인 중 0.2%), 필리핀 8만5,125명(영주권자 1,367명, 시민권자 22명/전체 한인 중 1.6%), 인도네시아 2만2,774명(영주권자 2,153명, 시민권자 690명/전체 한인 중 12%), 싱가포르 2만1,406명(영주권자 2,646명, 시민권자 447명/전체 한인 중 14%), 말레이시아 2만861명(영주권자 331명, 시민권자 297명/전체 한인 중 3%), 태국 2만200명(영주권자 128명, 시민권자 77명/전체 한인 중 1.0%) 순이다.

 

1장에서 사회학자 김지훈은 글로벌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의 한인사회를 ‘조용하고 치열한 사회’라고 묘사하며, 1960년대 말에 주재원 중심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유학생과 개인사업자가 더해지고 2000년대 이후에는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한인이 증가해 ‘글로벌 도시 이민 사회’가 됐다고 썼다. 특히 싱가포르는 영주권과 시민권을 보유한 한인의 수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국가로 한인사회가 공동체 수준에서 이민사회로 변모하는 점을 특징으로 꼽았다.   

 

2장에서 인류학자 홍석준은 말레이시아 한인사회를 말레이시아의 이주정책인 ‘말레이시아 마이 세컨드 홈 프로그램’과 ‘빗장 공동체(gated community)’로써의 한인 사회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고찰했다. 말레이시아 한인은 기러기 가족이 과반수를 점하는 가운데 주재원과 자영업자들이 나머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3장에서 정치학자 김홍구는 한인들이 태국으로 이주하게 된 동기와 과정, 일상적 삶 속 한인들의 생활양식과 정체성, 한인과 현지인과의 관계와 갈등 양상, 한인이 현지 사회에 동화되는 과정과 초국가적 정체성에 대해 다루었다.

 

4장에서 지리학자 엄은희는 풍부한 자원과 인구를 보유한 인도네시아와 한국과의 경제적 교류사를 통해 한국기업과 한인이 큰 규모로 진출해온 분야에 대해 상세하게 다루었다. 이와 더불어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지속적 교류와 발전 가능성도 전망한다. 

 

5장에서 정치학자 김동엽은 이주 시기별 필리핀 한인의 성격과 국가 정체성을 분석하였다. 필리핀의 경제적 위상 변화에 따른 한인들의 인식 변화는 매우 흥미로운데,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낮을 때는 필리핀에 대한 국가 정체성이나 초국가적 정체성을 추구하고,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을 때는 한국에 대한 국가 정체성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6장에서 인류학자 채수홍은 베트남의 혁신정책(도이머이) 이후 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투자가 쇄도하며 한인 사회의 양적 성장과 질적 변화, 그에 따른 한인 사회의 역사적 형성과 사회경제적 분화 과정을 기술하였다. 이를 통해 한인 공동체의 지속가능성과 미래를 조망했다. 

 

저자들은 동남아 한인 사회의 미래는 한국과 동남아 간 경제협력 지속 여부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동남아 한인 사회는 현지화와 현지인과 관계 형성, 외국인으로서의 불안정한 지위, 한인 공동체의 세분화 등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 거주 한인으로서 나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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