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신성철] 러다이트운동과 고젝효과 그리고 인니 사회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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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러다이트운동과 고젝효과 그리고 인니 사회 변화

기사입력 2022.11.2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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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다이트운동과 고젝효과 그리고 인니 사회 변화

신성철 데일리인도네시아 발행인 / 한인뉴스 논설위원


18세기 후반기부터 19세기 초 영국에서 시작된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사람이 손으로 만들던 면직물을 방직기계가 만들게 됐다. 이로 인해 수공업으로 만든 것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생산량이 폭발하면서 산업, 경제 및 사회가 혁명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급변한다. 일자리가 없어지고 자본주의와 자본가가 등장한다. 1811년 당시 영국에서는 직물공장을 대상으로 한 연쇄방화 테러사건이 일어났는데, 용의자로 '네드러드'(Ned Ludd)를 지목했다. 


연쇄테러사건의 주동자 '네드러드'는 눈에 보이는 것은 모조리 파괴하는 습성을 지닌 신비로운 인물이라는 소문만 무성했을 뿐 그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1811년~1817년에 일어난 기계 파괴 사태를 ‘네드러드’의 이름을 따서 러다이트운동(Luddite Movement)이라고 부른다. 그로부터 200여년 후 미국에서 자율자동차가 나타나자 일부 시민들이 자율자동차를 공격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첫 번째 기록은 2018년 1월 2일 한 남성 보행자는 길을 건너기 위해 교통신호를 기다리고 있다가 자율주행 중인 쉐보레 볼트 차량을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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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젝 제공

 

국민앱을 넘어 슈퍼앱으로 성장한 고젝(Go-Jek). 인도네시아인들에게 고젝이 없는 일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생활속에 깊이 침투해 있다. 하지만 고젝에게도 러다이트운동과 같은 시련이 있었다. 고젝이 혜성처럼 등장해 택시승객이 급감하자, 위기를 체감한 택시기사들이 고젝이 자신들의 고객을 빼앗는다고 거리 곳곳에서 승차공유서비스인 오토바이택시 고라이드(Go-Ride)와 고카(Go-Car) 기사들을 공격했고, 고젝을 타고가는 승객을 위협하는 사건이 이어졌다. 


2016년 전국적으로 폭력사태가 확산되는 혼란사태에 빠졌다. 조코위 대통령은 발빠르게 진화에 나섰고 인도네시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디지털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갈등의 해결사로 나섰다. 이 사태 이후,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블루버드 택시는 고젝과 협력해 사업이 더 확대된 반면, 경쟁업체인 익스프레스택시(Taksi Express)는 경영난을 겪다가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에 파산했다. 이밖에도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앙꼿(angkot)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춘 자리에 녹색 헬멧을 쓴 고젝과 경쟁업체 그랩(Grab)의 라이더들이 거리를 채웠다.


고젝이 등장하기 전까지 교통체증으로 악명 높은 자카르타에서는 '오젝'(Ojek)이라는 오토바이택시가 널리 이용됐다. 하지만 요금 시비와 바가지 요금은 물론 여성에 대한 성폭력 등 사회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이런 문제를 고심하던 인도네시아 청년 나딤 마카림은 2010년 콜센터와 20대의 오젝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한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출신인 마카림은 인도네시아에 모바일 스타트업 붐이 불기 시작한 2015년부터 오젝을 호출하고 탈 수 있는 고젝 앱을 출시한다. 편리하고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어 오젝 시장을 단시간 내에 평정한다. 고젝은 사업을 다각화하며 진화한다. 음식배달서비스인 고푸드(Go-Food)와 장보기 서비스 고마트(Go-Mart), 택배 서비스 고센드(Go-Send), 용달차 서비스 고박스(Go-Box), 처방된 약을 배달하는 고메드(Go-Med) 등 20여 종류의 생활밀착형서비스로 확장하고 있다. 


이어 전자지갑 ‘고페이’(Go-Pay)를 출시했다. 신용카드 보급률 4%와 은행계좌 보유율이 40% 미만인 금융 환경에서 현금거래로 인한 부작용을 깔끔하게 해결한 ‘고페이’를 도입해 스마트폰으로 결제가 가능하게 해 고젝 이용자들의 지불은 물론 일반 수퍼마켓, 백화점,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며 심지어 공과금도 낼 수 있게 됐다. 오토바이 공유 서비스에서 출발한 고젝은 인도네시아 최대의 핀테크 기업으로 진화하며 아세안 시장으로 뻗어 나갔다.


고젝의 사업 방향은 무현금사회와 디지털경제를 추구하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정책과도 일치한다. 정부는 세수입 확보와 재정·조세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화폐 이용을 장려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부가 저소득층을 위한 직접 보조금을 현금으로 지급했으나 이제는 전자화폐로 지급하면서 많은 거래에 있어서 투명성이 제고됐다. 고젝은 자사의 이런 데이터를 활용해 소액대출사업을 펼치고 보험 등 디지털 금융 분야로 사업을 확대했다. 이 회사와 협력하는 라이더는 약 100만 명이고, 식당 등 협력업소는 12만 5천개이다. 또 고페이를 통해 월간 1억 건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고젝은 아세안 시장은 물론 인도네시아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그랩(Grab)을 비롯한 슈퍼앱들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2021년 이커머스 유니콘인 토코페이아(Tokopedia)와 대규모 기업인수합병(M&A)을 했다. 2009년 영업을 시작한 토코페디아는 최근 쇼피(Shopee)에 밀려 2위로 밀려났다. 그랩과 경쟁하는 고젝과 쇼피와 싸워야하는 토코페디아가 합병함으로써 고토그룹(GoTo)이 탄생했다. 고토는 금융과 커머스, 모빌리티와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모두 합쳐진 아세안의 공룡으로 몸집을 키웠다.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혁신의 상징으로 꼽히는 그랩과 고젝 등 슈퍼앱들이 올해 들어 실적 악화로 악전고투하고 있다. 10년 넘게 황금기를 누렸던 이들 빅테크기업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와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의 여파 등으로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지역은 아직 인터넷 이용자 비율이 30%에 미만인 만큼 디지털 경제는 무서운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또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소비력이 왕성한 젊은 층의 인구 비중이 매우 높은 아세안은 성장 잠재력이 크고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다. 


고젝 등 빅테크기업의 등장은 인도네시아의 산업 지형을 바꾸고 인도네시아를 빠르게 디지털 경제로 이행시켰다. 물론 ‘플랫폼 노동’의 확산은 노동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긱노동자(Gig Worker)를 대량으로 양산했다. 긱노동자의 증가에 따른 임금 하락, 고용조건 악화, 중산층 몰락은 인도네시아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직면한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아울러 테크기업의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사업 축소도 잇따르고 있다. 그랩이 인도네시아의 공유주방 서비스인 그랩키친 사업을 접는 등 고젝과 그랩은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들은 과감히 정리하고 있다.  


러다이트 운동의 역설은 기존 일자리가 없어졌지만, 기술과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다는 것이다. 방직기계의 출현으로 수공업은 쇠퇴했으나 이후 인류는 비약적인 생산성 증가로 수많은 경공업과 중공업을 발달시킬 수 있었다.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마찬가지이다. 온라인 차량 호출 서비스의 출현으로 전통적인 일자리는 줄었지만 디지털 분야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다. 정부와 기업은 새로운 일자리를 채울 수 있는 양질의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고젝 창업자를 교육부장관에 임명하는 등 교육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기계가 할 수 없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창의적인 콘텐츠 생산을 위한 호기심과 창의성, 감수성 등이 그것이다. 인간은 기술을 만들고 기술은 인간의 삶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그 변화 속에 살아남기 위해 대응하는 것도 인간의 숙명이 아닐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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