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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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146

기사입력 2022.08.1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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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가 창문에서 우리를 내려보지 마라


                                                            또다른꿈



      길가 창문에서 우리를 내려보지 마라.

 

      길가 창문에서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우리를 불쌍한 듯 내려보지 마라.

      우리의 마지막을 네게 허락한 적이 없다.


      너처럼 잘난 부모님을 못 만난 탓에,

      너처럼 사기와 조작에 능숙한 가족들이 없어

      밀리고 밀려, 너희들이 말한 누추한 반지하에 살았다.


      평생을 반지하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밝은 햇살에 눈을 뜨고 마음 편히 창문을 열고 자고 싶었다.

      내 아이만큼은 넓은 창문을 통해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왜 대피를 못 했냐고 우리에게 묻지 마라.

      손바닥에 왕자를 썼던 네게 물어라.

      왜 대피 시키지 못했는지, 왜 우리가 죽어야 했는지를 말이다.


      우르르 몰려와 사진 찍지 마라.

      그 퇴근 길에 반지하에 갇힌 우리를 한번이라도 생각했더냐?

      이제와 반지하 창문을 내려보는 너의 위선과 천박함이 역겹다.


      우린 결국 차디찬 몸으로

      평생 벗어나고 싶었던 반지하를 벗어난다.

      우리의 죽음이 주는 무게를, 너는 어찌 벗어날까?

 

      길가 창문에서 우리의 죽음을 내려보지 마라.



      ** 이 한 장의 사진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 그 분에게 바치는 제 자작시입니다. 



출처: www.clien.net  2022-08-11 20:37:09



photo.jpg



 “……//길가 창문에서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우리를 불쌍한 듯 내려보지 마라./우리의 마지막을 네게 허락한 적이 없다.//……//평생을 반지하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밝은 햇살에 눈을 뜨고 마음 편히 창문을 열고 자고 싶었다./내 아이만큼은 넓은 창문을 통해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우린 결국 차디찬 몸으로/평생 벗어나고 싶었던 반지하를 벗어난다./우리의 죽음이 주는 무게를, 너는 어찌 벗어날까?//길가 창문에서 우리의 죽음을 내려보지 마라.”

 너무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는 국민들은, 이를 대하는 공직자·정치인의 말과 행동을 보고 들으며 분노와 혐오로 타올랐습니다. ‘공감(共感, sympathy)’은 ‘누군가의 불행에 대한 연민과 슬픔의 감정(feelings of pity and sorrow for someone else's misfortune.)’이라고 합니다. 공감 능력이 없는 공직자와 정치인이 정권을 잡고 있는 한 우리 모두는 대단히, 매우, 엄청나게, 불행한 희생자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상황을 두고 언론에선 각자도생各自圖生, 즉 ‘제각기 살아나갈 방법을 꾀함’이란 단어를 썼습니다만 이러한 행동이 당연시된다면 또 다른 ‘선한 공동체 의식의 붕괴’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에서 암담한 미래가 떠오르는 요즘입니다. (시와 사진은 www.clien.net에 게시된 ‘또다른꿈’님의 것을 가져왔습니다.)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Rachmaninov의 Piano Concerto No.2 2악장 Adagio sostenuto입니다.

 






 김상균 시인.jpg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70년대 후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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