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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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145

기사입력 2022.08.1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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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굼부리


                                                                             이지윤



         누구나 저만의 고통스러운 흔적 하나쯤 가지고 있지

         산굼부리 그 거대한 상처 속으로 걸어 들어가

         한라의 거친 숨소리를 듣는다

         수만 년 식지 않은 위풍당당의 뜨거움

         아픈 기억도 모가 닳고 나면 아름다워지는가

         새가 날고 꽃이 피고 바람도 드나드는 이곳에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소리를 따라

         어쩌다 기울어진 노을빛 닮은 여자가 찾아와

         바위틈 은밀한 사연 몇 줌 부려놓고 간 저녁이면

         산굼부리 맴도는 바람소리가 심상치 않거니

         청노루 한 마리가 빤히 쳐다보더니 나무 뒤로

         슬쩍 사라지고

         짠내의 바닷바람이 몰고 온 낮은 어둠

         나는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

         산굼부리 오래된 상처 위로

         무심한 세상의 달 하나 뜨고



산지니시인선 009 『나는 기우뚱』 산지니, 2021






식물원카페.jpg



 

 


 “누구나 저만의 고통스러운 흔적 하나쯤 가지고 있지/산굼부리 그 거대한 상처 속으로 걸어 들어가/한라의 거친 숨소리를 듣는다/ …… /짠내의 바닷바람이 몰고 온 낮은 어둠/나는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산굼부리 오래된 상처 위로/무심한 세상의 달 하나 뜨고”

 휴가철입니다. 제주에 가면 곧바로 자연 풍광에 젖게 되고,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마저 들다 보니 누구나 휴가지로 제주도를 첫손에 꼽습니다. 저도 동감입니다만, 해 질 녘 오름과 중산간 지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스산한 바람이 마음에 스미는 듯합니다. 4.3의 비극 그리고 피해자와 가족들의 신산辛酸한 삶이 떠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휴가 때는 모든 것 내려놓고 놀멍쉬멍 하는 것이 최고입니다만 휴가지에서 역사가 담겨있는 그곳, 우리 땅의 기억을 더듬어보는 것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한 걸음이 아닐까 합니다.

 인천, 서울, 경기, 강원도에 많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비 피해가 크지 않기를 두 손 모아 빕니다.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Nat King Cole의 ‘Smile’입니다.

 






김상균 시인.jpg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70년대 후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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