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조연숙] 소설《파친코》1,2 읽기 – 이민자의 삶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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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숙] 소설《파친코》1,2 읽기 – 이민자의 삶을 생각하다

기사입력 2022.08.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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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숙 데일리인도네시아 편집장 


소설《파친코》1,2

이민진 저/이미정 역 | 문학사상 | 2018년 03월 19일


파친코.jpg

 

 

 소설《파친코》는 자이니치라 불리는 재일조선인 4대에 관한 이야기이다. 자이니치는 일제강점기에 다양한 이유로 일본에 이주해 살아가는 조선인들로,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인도네시아에 사는 한국인인 오랑꼬레아(Orang Korea)와 중국인인 오랑찌나(Orang Cina)가 연상됐다. 또한 ‘고향이란? 조국이란? 조선인이란? 한국인이란? 일본인이란? 가족이란?’ 물음이 계속 이어졌다. 우리가 가진 ‘일본인은 깨끗하고 정직해’, ‘조선인은 더럽고 불법적이야’, ‘혼외 임신을 한 여성은 부정해’ 같은 통념이나 편견이 과연 맞는 것인가도 돌아보게 한다. 

소설《파친코》는 재미있고 경쾌하게 읽힌다. 일제강점기 이야기는 너무 잔인하고 슬퍼서 잘 읽지 못하는데, 소설《파친코》는 간결한 문체와 담담한 분위기가 부담스럽지 않다. 한 가족이 또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면서 하나의 가족을 이루고 그 일대기가 아픈 역사와 어우러져 한편의 대서사가 되어 독자를 사로잡는다. 주인공인 선자, 선자의 엄마 양진, 선자의 동서 경희 등 세 여성이 펼치는 사랑과 우정, 직업적인 모험, 은밀한 저항 등 흥미로운 요소들을 살린 풍성한 전개는 외국소설 같은 느낌도 준다. 


◇ 책 소개 

 《파친코》는 재미교포 1.5세인 이민진 작가가 30년에 달하는 긴 세월에 걸쳐 집필한 대하소설로 2017년 출간 직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후 33개국에 번역 수출되었으며, 《뉴욕타임스》, BBC, 아마존 등 75개 이상의 주요 매체의 ‘올해의 책’,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선정되며 평단과 대중을 모두 사로잡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회복과 연민에 대한 강력한 이야기”라는 극찬을 받아 이목을 집중시켰던 《파친코》는, 2022년에는 애플TV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되어 전 세계 동시 공개되며 다시 한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영어로 쓰여진 원작은 1부 ‘고향, 2부 ‘모국’, 3부 ‘파친코’의 총 세 파트로 구성되지만, 출판사 ‘문화사상’이 낸 번역서는 1부 ‘고향’과 2부 ‘조국’의 총 두 파트로 구성됐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의 부산 영도에서 시작해 버블경제 시기의 절정인 1989년의 일본이 배경이다. 주인공 선자를 둘러싼 파란만장한 가족사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태평양전쟁,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일본 폐망, 해방, 한국전쟁, 분단 등 한국과 일본의 근현대사가 떠오르고,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자이니치’의 삶이 눈에 들오면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줄거리

 일제강점기 조선, 부산 끄트머리에 자리한 작고 아름다운 섬 영도. 빼앗긴 나라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고된 삶이지만 양진과 훈이는 하숙집을 운영하며 하나뿐인 딸 선자를 애지중지 기른다. 훈이가 결핵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자 양진과 선자는 식모아이들과 함께 하숙집을 꿋꿋이 꾸려나간다. 열여섯이 된 선자는 제주 출신의 조선인으로 일본에서 일하는 생선 중개상 고한수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가 오사카에 아내와 딸들을 둔 유부남임을 알았을 때는 이미 그의 아이를 가진 후였다. 선자는 한수와 결혼을 포기하고 미혼모로 살아가기로 한다. 

 오사카로 가는 여행 도중 선자네 하숙집에 머물던 개신교 목사 백이삭은 임신한 선자를 자신의 운명이라고 여겨 청혼을 하고, 선자는 이삭을 따라 일본으로 향한다. 오사카에는 이삭의 형인 요셉의 부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선자는 노아를 낳고, 이삭과 선자 사이에서 모자수도 태어난다. 이삭의 가족과 요셉의 가족은 일본에서 쉽지 않은 생활을 견디며 같이 살아간다. 이삭은 정치범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경찰에 잡혀 들어가고, 선자의 삶은 더욱 힘들게 된다. 결국 이삭은 감옥에서 나 온지 얼마되지 않아 죽고, 힘들어 하는 이들 삶에 다시 한수가 나타나 선자의 가족이 일본에서 살 수 있도록 협조한다. 

 노아는 열심히 공부해서 와세다 대학에 합격을 했고 장래가 촉망되었다. 둘째 아들 모자수는 파친코 사장 밑에서 일도 배우고 성실하게 일을 한다. 시간은 더 흘러 노아는 이삭이 자신의 친부가 아니고, 야쿠자인 한수가 친부임을 알게 된다. 노아는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을 견디지 못하고 대학을 자퇴하고 선자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름을 바꾸고 일본사람인 척 살아가게 된다. 모자수는 형이 없는 집을 지키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도 하고 가정을 꾸려 선자의 버팀목이 된다. 

 시간이 흘러 선자는 한수의 도움으로 노아를 찾게 되고 기쁜 마음에 노아에게 달려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지만, 노아는 어머니를 만난 직후 자살한다. 선자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주변 사람들도 하나 둘씩 사라져간다. 한수는 암에 걸려 병원에 누워 있으며, 선자의 어머니인 양진도 곁을 떠난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선자의 삶보다는 모자수와 모자수의 아들인 솔로몬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마지막에는 다시 선자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선자는 이삭의 무덤을 찾아간다. 거기서 묘지 관리인에게 노아가 한번씩 왔다는 소식도 듣고, 먼저 떠난이들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린다. 슬픔을 무덤에 묻어둔 채로 다시 가방을 집어들고 살아있는 이들에게 돌아가려는 모습에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작가 이민진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이민진은 경계인으로서의 날카로운 시선과 공감을 바탕으로 한 통찰력으로 복잡다단한 역사와 인간의 본질을 포착하여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을 잇는 작가’라는 찬사 속에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일곱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예일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후 조지타운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했으나, 건강 문제로 그만두게 되면서 오랜 꿈이었던 글쓰기를 시작했다. 2004년부터 단편소설들을 발표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이민진 작가는 2008년 미국 이민자의 이야기를 담은 첫 장편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Free Food for Millionaires》이 《뉴욕타임스》 편집자들이 꼽은 책 등에 선정되면서 작가로서 이름을 알렸다.

 두 번째 장편소설 《파친코》는 작가가 역사학과 학생이었던 1989년에 ‘자이니치’라 불리는 재일조선인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결심한 후 2017년 출간되기까지 30년 가까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집필한 대작이다. 일본계 미국인인 남편과 함께 4년간 일본에 머물며 방대하고 치밀한 조사와 취재 끝에 이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민자의 삶

 이민자의 삶은 녹록하지 않다. 일본에서는 일본인이 아니고, 한국에서는 한국인이 아닌 존재로 수십년을 살아간다. 《파친코》는 고향을 떠나 타국에 뿌리내리고 편견과 차별 속에서 영원한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이민자의 삶을 작가 특유의 통찰력과 공감 어린 시선으로 탐구해간다. 나아가 역사의 비극을 가장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겪고 견뎌내는지를 담담한 목소리로 풀어내면서 “한 가족의 이야기가 어떻게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1권에서는 1대 훈이와 양진, 2대 선자와 한수 그리고 이삭의 얘기였다면 2권에서는 3대 노아와 모자수, 4대 솔로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남편이 되어주겠다는 남자의 마음 하나를 믿고 일본에 건너 간 선자는 언젠가 조선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한수나 노아 같은 사람들은 돌아가기를 원치 않는다. 그것은 조선에서 환영을 받긴 하지만 일본인 취급을 받기 때문이었다. 그러느니 일본에서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것 같다. 2권에는 조선의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들은 조국을 그리워할 뿐이다. 1대부터 4대가 모두 일본에 거주하는 선자네 가족은 어느 순간 조선으로 돌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조선인으로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아간다. 이런 불편함에도 일본을 떠나지 못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안타깝기만 하다.

 모자수는 책속에서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묘사한다. “이 나라(일본)는 변하지 않아. 나 같은 조선인들은 이 나라를 떠날 수도 없어. 우리가 어디로 가겠어? 고국으로 돌아간 조선인들도 달라진 게 없어. 서울에서는 나 같은 사람들을 일본인 새끼라고 불러. 일본에서는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아무리 근사하게 차려입어도 더러운 조선인 소리를 듣고. 대체 우리 보고 어떡하라는 거야?” (p.220,2권)

 1.5세대 이민자로 살아온 작가 이민진은 자신이 겪은 정체성의 혼란이나 문화적 괴리감을 소설 《파친코》에 투영하고 있는 듯하다. 세대가 내려갈수록 후손들은 조국에 대한 갈망이 줄어든다. 태어나고 자란 곳이 타국이지만 그들에게 고향이기 때문이다. 조선인의 핏줄이지만 마치 일본인과 조선인의 중간 어디쯤의 정체성을 지니고 살아가는 후손들의 심리를 잘 묘사했다. 장장 80년에 걸친 한 가족사를 통해 이민자들의 고충을 알게 한다. 《파친코》는 이민자만이 아니라 현대 일본 사회의 병폐도 함께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민진 작가는 “책의 제목인 《파친코》가 도박처럼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의 불확실성을 뜻함과 동시에, 차별과 멸시로 가득한 타향에서 생존을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서 파친코 사업을 선택해야 했던 재일조선인들의 비극적인 삶을 상징한다”고 밝힌 바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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