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조연숙] 아이오닉5와 포니원 그리고 인도네시아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조연숙] 아이오닉5와 포니원 그리고 인도네시아

기사입력 2022.06.30 19:2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응답하라 포니원> 강명한 지음 


조연숙 데일리인도네시아 편집장 

 

응답하라 포니원1.jpg

 

 

나는 아직도 전기차와 수소차가 도로에 다니는 것이 신기하다. 1980년대 후반 서울모터쇼에서 전기차와 수소차의 콘셉트카를 보며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2022년에 인도네시아에서도 전기차가 다니는 모습을 보게 됐다. 1997년 인도네시아에 도착해서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가 수십 년의 시차를 둔 다양한 자동차들이 운행하는 도로였다. 1950년대 영화에서나 볼 듯한 굴러가는 것도 다행인 오래된 차와 최신형 벤츠와 재규어가 한 도로에 있는 장면이 무척 낯설었고, 자국 브랜드 자동차가 없다는 것도 이상했다. 1990년대 말 한국은 현대차, 대우차, 기아차, 쌍용차 등 국산 브랜드의 신차들이 도로를 메우던 시기였다. 연두색 포니(Pony) 자동차부터 시작해서 소나타와 그랜저까지 한국 자동차는 매우 빠르게 발전해서 그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최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공장장을 역임한 강명한의 책 <응답하라 포니원>을 읽고 그 과정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응답하라 포니원>은 저자가 국산 차 최초의 고유 모델이자 한국 최초 수출 모델인 포니 자동차 프로젝트가 시작된 1973년부터 1980년까지 현대자동차의 엔진 부장에서 시작해 공장장으로 근무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기록하여, 1986년 정우사에서 '포니를 만든 별난 한국인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던 책을, 2022년에 저자의 아들이 조금 내용을 보강하고 현대적인 언어로 편집해 재출간한 책이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태동기를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하는데, 읽으면서 현장의 모습이 그려질 정도로 생생하고 흥미롭다.   


이 책은 1973년 5월 저자 강명한이 당시 현대자동차 정세영 사장과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해, 포니의 디자인과 설계, 설비 도입과 설치, 공장 가동과 생산에 이르는 무모하고 험난한 도전을 열정과 근면과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성취하는 과정을 그린다. 또 1976년 2월 포니의 국내 판매 개시 후 반응과 대응 그리고 1979년 연간 30만 대 생산 계획을 설계하기까지 과정을 서술한다. 포니는 당시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최신 유행 스타일이었다. 저자는 포니 출시 후 반응에 대해 "파란색 주황색 초록색 등 다양한 색깔의 포니가 거리를 달리는 모습이 자꾸 눈에 띄나 싶더니 어느 순간, 그동안 검은색 차만 보아온 사람들의 눈에 참신함으로 다가가게 되었다. ‘날씬하고 멋진 차’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자평했다. 


저자에 따르면, 정세영 사장은 한국에 자동차가 17만 대 밖에 안 되던 1973년에 자동차를 연간 5만 대를 생산해 일부를 수출한다는 목표로 포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1976년부터 국산 승용차 최초로 포니를 소량 수출하기 시작했고, 1986년에는 엑셀로 미국에 처음 진출하면서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오늘날엔 전 세계에서 389만 대의 자동차를 판매하는 거대 기업이 됐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에서 현대차동차와 아이오닉5가 핫이슈(Hot issue)가 되고 있다.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는 국산 차 최초 고유 모델인 현대차의 ‘포니’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현대차는 자사를 글로벌 자동차회사로 도약시켰던 포니의 꿈을 전기차 시대에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아이오닉5에 담았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현대차는 아이오닉5로 전기차 시장을 잡고 내연기관차를 포함하는 전체 자동차시장에서 현재 일본에 있는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목표로, 2022년 3월 말에 아이오닉5를 출시했다. 지금까지 아이오닉5는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동차산업협회(GAIKINDO)에 따르면, 2022년 5월에 인도네시아에서 판매된 전기차 200대 중 195대가 현대 아이오닉5였고, 1대는 아이오닉 일렉트릭으로,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 점유율이 98%에 달한 것. 올해 1~5월 누적 현대 전기차 판매량은 333대로 인도네시아 전체 판매량 363대 가운데 92%를 차지했다. 인도네시아의 내연기관차까지 포함한 전체 자동차 시장 규모는 올해 1∼5월 기간에 39만6천153대이고, 이 중 일본차의 점유율이 93.1%에 달하지만, 전기차만큼은 현대차가 일본 브랜드를 압도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 아이오닉5.jpg

 

자동차에 대해, 저자는 "자동차는 개인이 보유하는 재화 중, 종종 집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며, 소유자에게 안전과 편리성을 제공하는 이동 수단임과 동시에, 나아가 그의 품격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는, 그래서 심리적인 만족감까지 제공하는 중요한 소유물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또한 "자동차는 어른들의 장난감 같은 속성도 갖고 있다. 즉 아무리 좋은 차를 만들어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고객들은 쉽게 싫증을 느낀다. 따라서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교체하며 유행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썼다.  


자동차 회사의 경영 전략에 대해, 저자는 일본 자동차산업은 세 개의 기둥으로 구성된다며, 첫 번째는 새 차를 만드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자동차의 서비스와 부품 판매이고, 세 번째는 중고차 판매라고 썼다. 또한 포드와 제너럴 모터스 등 미국 회사들은 자동차의 월부 판매를 지원해주는 은행과 월부로 차를 사는 고객의 신용을 보증해주는 신용 보증회사가 서로 공조하여 자동차 판매시장을 넓혀 나간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현대차도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건립해 현지 사정에 최적화된 차종을 생산해 판매하고, 애프터서비스를 강화하고, 중고차 가격을 관리하고, 할부 구매 또는 리스 등 구매 시 부담을 줄여주는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책은 저자가 1986년에 쓴 책인데, 책의 말미에 전기차와 수소차, 더 나아가 컨베이어 벨트가 도로를 대체한다거나 1인용 로켓을 타고 날아다니는 새 같은 모습의 이동수단을 예측한다. 이미 전기차와 수소차는 상용화되기 시작했고, 날아다니는 이동수단은 드론과 비슷한 형태의 '도심항공-모빌리티'라는 이름으로 시도되고 있고, 컨베이어 벨트가 도로를 대체하는 개념은 미래의 화물수송 수단으로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다.   


"언젠가 우리 후대에서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한국어로 무엇인가를 가르쳐줄 날이 꼭 올 것이라 믿는다." 저자는 기술을 내주지 않으려는 외국 자동차회사를 설득하고 새 기술을 외국어로 배우는 어려움을 서술하면서 이처럼 썼는데,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을 보면서 그의 꿈이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019년 11월,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 약 1조 8,000억 원을 투자해 연간 25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 건립을 시작했고, 2022년 1월부터 크레타, 3월부터 아이오닉 5 양산에 돌입했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준공식_현대차 웹사이트.jpg

 

저자는 자동차산업의 불모지에서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포니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모험에 찬 길은 고달프고, 어렵지만 지루할 겨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성공적으로 목표에 도달했을 때의 성취감이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극도의 희열일 것"이라며 "나는 나에게 닥친 기회를 움켜쥐기로 했다. 죽자 사자 달려들어 끝장을 보고 싶다는 투지가 생겼다"라고 회고했다. 그리고 멋지게 성공해서 지금의 현대차의 토대를 닦았다.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 더 나아가 아세안 자동차 시장에 대한 현대차의 도전이 포니 프로젝트처럼 성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데일리인도네시아]


<저작권자ⓒ데일리인도네시아 & www.dailyindonesia.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회원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