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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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138

기사입력 2022.06.1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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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오늘의 시인총서 『김수영 시선 - 거대한 뿌리』 민음사, 1974



 

 

식물원카페.jpg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발목까지/발밑까지 눕는다/바람보다 늦게 누워도/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바람보다 늦게 울어도/바람보다 먼저 웃는다/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6월 16일은 고 김수영 시인의 기일忌日입니다. 78년이었습니다. 대학의 문학상에 당선되어 친구들과 막걸리를 마시며, 그날이 시인의 10주기週忌라며 애도했던 기억이 나는데, 벌써 54주기라니요. 이미 기나긴 세월이 흘렀지만, 그의 시 정신은 여전히 청년으로 남아, 많은 이들의 마음에서 푸르게 푸르게 살아 있습니다. 고 김영태 시인의 시 ‘멀리 있는 무덤 ― 김수영金洙暎 제일祭日에’를 옮깁니다.

 “6월 16일 그대 제일祭日에/나는 번번이 이유를 달고 가지 못했지/무덤이 있는 언덕으로 가던/좁은 잡초길엔 풀꽃들이 그대로 지천으로 피어 있겠지//금년에도 나는 생시生時와 같이 그대를 만나리/풀꽃 위에 발자국을 남기지 못할 것 같아/……”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김영동의 ‘멀리 있는 빛’ (노랫말, 김영태의 시 ‘저 멀리 있는 무덤’)입니다.

 




김상균 시인.jpg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70년대 후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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