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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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137

기사입력 2022.06.0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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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미


                                                     류 근



        오랜 슬픔에 겨워 눈이 떠진 아침엔

        어쩐지 평화로워진 몸매로 세상에 가서

        목매달 수 있을 것 같다

        하느님만 발을 디디시는 환한 허공에

        처음 만든 다리 하나 이쪽과 저쪽에 걸쳐두고

        황홀하게

        황홀하게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갈 수 있을 것 같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489 『어떻게든 이별』 문학과지성사, 2016



거미.jpg




 “……/하느님만 발을 디디시는 환한 허공에/처음 만든 다리 하나 이쪽과 저쪽에 걸쳐두고/황홀하게/황홀하게 이쪽에서 저쪽으로/건너갈 수 있을 것 같다”

 점점 하늘, 허공을 볼 때가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내가 처음 하늘을 제대로 응시했던 기억은 초등학교 4학년 때였습니다. 점심시간에 같은 반 친구들이 학교 뒤 저수지에 고기 잡으러 간다고 해서 따라갔었는데, 친구들이 물가에서 맨손으로 고기를 뜨려는 것을 보고, 주머니에 있던 흰 손수건을 내어주고는, 왁자지껄하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혼자 풀밭에 누웠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미루나무 사이로 파란 하늘에 흘러가는 흰 구름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는데 갑자기 조용하다고 생각하고는 일어나보니 혼자만 남겨져 있었던 씁쓸한 기억입니다. 그 어린 나이에 나는 왜 하늘과 떠가는 구름을 보며 평온하게 1시간 넘겼을까요. ‘황홀하게 이쪽에서 저쪽으로/건너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Keduk과 Radunski가 연주하는 A. Piazzolla의 ‘Libertango for cello and piano’입니다.

 




 김상균 시인.jpg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70년대 후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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