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에둘러 말하는 인도네시아에서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은 영웅적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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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둘러 말하는 인도네시아에서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은 영웅적 외침이다”

기사입력 2022.05.2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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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둘러 말하는 인도네시아에서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은 영웅적 외침이다”

[편집자주] 아래의 칼럼은 따우픽라흐만 자카르타포스트 주필의 글을 번역하고 편집한 글입니다.  

 

수마트라의 일부 지역과 말레이 반도에서 사용하던 지방어인 멀라유어에서 유래한 인도네시아어(Bahasa Indonesia)는 인도네시아 군도에서 해상무역을 하는 상인들의 공용어로 사용되어졌고, 단순하고 높임말이 없다는 이유로 민족의식이 태동할 시기에 인도네시아 국어로 채택됐다. 

 

민족주의를 연구한 세계적인 대가 고(故) 베네딕트 엔더슨 전 코넬대 교수는 “인도네시아어는 언어의 혁명”이라고 말했다. 모든 언어는 문화적인 정체성과 민족의 에너지를 품고 있으며 경험과 감정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인도네시아라는 민족국가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혁명이라고 묘사했다. 

 

인도네시아 격언에 “말이 곧 인격이다(bahasa menunjukkan bangsa)”라는 말이 있다. 인도네시아가 민족운동이 태동하던 시기인 20세기 초 독립에 대한 열망을 담아 "rakyat(국민), "merdeka((자유)”, "perjuangan(투쟁), "semangat(화이팅)” 등의 단어를 외치던 당시 인도네시아어는 다소 좌파적인 정치적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권위주의적인 수하르토 정권 즉, 신질서 시대가 등장하면서 인도네시아어의 솔직담백하고 날카로움이 무뎌지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독재정권이 집권하면 진실을 표현하는 언어는 자취를 감추기 마련이다. 

 

뼛속까지 자바사람인 수하르토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어로 말할 때 에둘러 말하거나 상징적인 표현을 썼다. 인류학자 제임스 시걸(James Siegel)은 수하르토의 언어를 “본질이 결여된 입에 발린 말”이라고 묘사했다.

 

시걸은 수하르토의 언어를 청중의 비위를 맞추거나 적어도 화나게 하지 않는 상류층 자바인의 언어를 사용했다고 묘사했다. 신질서(Orde Baru) 체제 하에서 사용된 문구를 예로 들자면, “은행은 청산된 것이 아니라, 사업을 중단해야 했다." “정치범들은 감옥에 갇히지 않고 '재활원 지도'를 받았다.” “빈곤층은 ‘번영 이전’ 단계이며 빈곤은 없었다.”라고 표현했다. 

 

수하르토가 퇴진한 후 개혁시대(Era Reformasi)를 맞아 20년 이상이 지난 오늘날 우리는 신질서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던 정치적인 자유를 누리고 있다. 대학생, 활동가와 재야인사들은 "lawan(반대)", "demo(시위)", "mundur(사임)" "turun(퇴진)" 같은 인도네시아어를 사용하면서, 개혁시대에 쟁취한 것을 되찾으려는 움직이 계속되고 있다. 

 

새로운 말도 생겨났다. "reformasi dikorupsi"(부패한 개혁), "berani jujur hebat"(솔직한 게 멋지다), "tolak oligarki"(과두정치 거부) 및 "mosi tidak percaya(국회 의결 불신)" 등과 같은 새로운 구호가 유행한다.  

 

현 정부가 부정부패, 안보문제, 코로나19 팬데믹 등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하면서 힘든 상황에 직면하자, 돌려 말하기 악습이 스멀스멀 되살아나기 시작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에 직면했을 때 인도네시아 정부는 무엇이 직접적인 봉쇄 정책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론에 대해 토론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팬데믹 초기에 ‘봉쇄’라는 단어는 공포를 조장한다고 우려하면서, 직설적인 문구 사용을 완곡하게 표현한 ‘대규모 사회적 제약 (PSBB)’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모두가 낮은 속삭임으로 말하는 나라에서 정상적인 음역대를 사용하는 것은 영웅적 외침으로 보여진다. [데일리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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