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신성철] “누구를 위하여 ‘아잔’은 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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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누구를 위하여 ‘아잔’은 울리나”

기사입력 2022.04.06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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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하여 ‘아잔’은 울리나”

신성철 데일리인도네시아 대표 / 한인뉴스 논설위원


땡그렁 땡~ 땡그렁 땡~ 경건하게 언덕 위에서 들리는 예배당 종소리. 땡~땡~땡~ 정겹게 들리는 두부장수의 종소리. 50대 중장년층 이상이면 동네에서 들렸던 종소리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종소리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교회 종소리를 비롯, 동사무소와 아파트 안내방송, 전파상과 행상들의 확성기 소리 등이 소음공해로 인식되면서 1983년부터 규제하기 시작했다. 


아잔(Azan)은 이슬람교에서 신도들에게 예배시간을 알리는 소리이다. 이슬람신도는 의무적으로 매일 5번 예배를 드리는데, 과거에는 무아딘이라는 기도 시보원(時報員)이 이슬람사원의 첨탑 꼭대기에 올라가 기도시간 전에 예배를 독려하기 위해 육성으로 아잔을 낭송했다. 1980년대 말 필자가 자카르타에 첫발을 딛었을 때 동틀 무렵 확성기를 통해 들려오는 처량하기도 한 아잔 소리는 마치 우리나라의 시조창과 같이 들렸던 기억이 새롭다.


azan.jpg
[자료사진] 유튜브 캡처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를 비롯해 도시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깊은 잠에 빠져있을 동틀 무렵에 집 근처에 산재한 이슬람사원에서 방송되는 확성기 소리가 뒤엉킨 소음에 새벽잠을 깨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슬람이 주류를 이루는 현지에서 잡음 섞인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소리가 일상을 방해한다고 해도 이를 대놓고 불평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이슬람 금식 성월 라마단이 올해는 4월 3일 시작됐다. 라마단 기간엔 이슬람사원들이 시도 때도 없이 볼륨을 최대한 높인 확성기를 통해 쏟아내는 시끄러운 소리는 오히려 비신자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일부 이슬람신자들조차 불평을 한다. 일반적으로 이슬람사원들은 하루 다섯 번 기도시간을 알리는 아잔을 방송하지만, 라마단에는 동 뜨기 전 사후르(sahur, 새벽식사)를 먹을 시간을 알리는 것부터 해진 후 딱비란(takbiran, 저녁기도) 시간의 코란 독송 소리까지 더해 방송 시간을 늘린다.


인도네시아는 2억8천만 명의 인구 중 약 87%가 이슬람신자이지만 전통적으로 온건주의를 표방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려는 성향을 보이고 있으며, 질밥(히잡)을 착용한 여성이 증가하고 대도시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코란독송대회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 정체성 강조 경향으로 인해 이슬람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소수인 타종교자들에 대한 편협함과 배타성이 증가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15년 인도네시아 이슬람사원연합회 회장인 유숩 깔라 전 부통령은 전국 80만여개 이슬람사원과 기도실에서 확성기를 통해 아잔 소리가 동시에 터져나온다며 이슬람사원의 확성기 소리 실사를 위한 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지난 2월 23일 리아우 주도 뻐깐바루를 방문한 야쿳 콜릴 코우마스 종교장관은 이슬람사원의 아잔 소리를 삶을 방해하는 '개 짓는 소리'라고 비유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같은 야꿋 장관의 발언은 일부 이슬람신자들을 자극했고, 변호인 알람샤 하나르피아가 아잔소리를 '개 짓는 소리'에 비유한 것은 신성모독이라며 중부자카르타 지방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알람샤 변호인은 이어 아쿳 장관이 고위 공직자로서 매우 천박하다고 지적하면서, 국가가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단체 나들라뚤울라마(NU)에게 종교장관직을 선물로 주었다며 정치와 이슬람이 유착관계에 있다고 비판했다. 아쿳 장관은 여당연합이며 이슬람계 정당인 국민각성당(PKB)과 NU 소속으로 2020년 12월 조코위 정부의 종교장관에 임명됐다.


야쿳 장관은 이날 이슬람사원에서 흘러나오는 확성기의 음량이 100~200데시벨(㏈)이라면서, 음량을 최대 100dB 이하로 제한하는 확성기 사용에 관한 규정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장관은 이어 이 규정이 시민들 사이에 평화와 화합을 증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100dB은 일반 자동차의 경적 볼륨 크기다. 규정이 발표되자 강성 이슬람계 정당인 번영정의당(PKS)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번영정의당은 "마을마다 이슬람사원 확성기 운용 상황이 다른 만큼 관습대로 해야 하며, 종교부가 일괄적으로 통제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역 사회가 전통에 따라 알아서 관리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1998년 수하르토 대통령이 민주화운동 요구와 폭동으로 인한 소요사태로 실각한 이후 개혁시대를 맞이했다. 이 무렵부터 이슬람 세력이 강해지면서 이슬람사원이 난립하고 확성기를 통해 터져나오는 아잔 소리는 통제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2010년 이후에 아잔 소리와 관련해 민원이 쇄도하자, 정부가 아잔 소리를 규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박사과정에 있는 함자 판수리 이슬람 연구원은 인도네시아가 경제 발전과 함께 대도시에 중산층이 확대되고 소셜미디어(SNS)가 생활 속으로 들어오면서 이슬람신도들의 라이프스타일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단체인 NU와 무함마디야(Muhammadyah)라는 양대 이슬람 단체 등 제도권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5~6년 전부터 인도네시아 이슬람신도들은 유튜브를 통해 설교를 듣고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서 새로운 이슬람 공동체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확성기를 대체할 스마트폰의 '아잔 알림 설정'은 편리하고 편안하게 기도시간을 알려준다. 인도네시아 무슬림에게 변화가 시작됐다. 이슬람의 상징 가운데 하나인 아잔 소리도 변화할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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