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신성철] 인도네시아판 "라떼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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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인도네시아판 "라떼는 말이야~"

기사입력 2022.01.2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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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판 "라떼는 말이야~"

신성철 데일리인도네시아 대표 / 한인뉴스 논설위원


요즘 알코올 음료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 여성들은 목소리를 높여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too) 운동 동참에 적극적이다. 젊은 세대들은 애완견을 키우고 개고기 반대운동에 나섰다. 대부분의 여성이 질밥(Jilbab, 히잡의 일종)을 쓴다. 전통 예의범절이 무너지고 개인적인 성향을 보인다. 이혼과 재혼도 급증하고 있으며, 비혼·만혼이 늘어나고 저출산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회·문화 현상들이다. 


최근 인도네시아 사회·문화가 급변하고 있다. 쉽게 변화하지 않는 문화도 있지만 수많은 문화가 생기고 사라지기도 한다. 문화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과 성욕 등 욕망에서 비롯돼 음식문화와 결혼문화 등으로 다양해지고 발전을 거듭한다. 문화는 세대 간의 차이와 갈등을 겪으면서 더 나은 사회에 대한 합의를 통해 발전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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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산책 [데일리인도네시아 자료사진]

 

인도네시아 현대사에서 정치·경제는 물론 사회·문화가 급변하는 변곡점으로 수카르노 대통령이 실각하게 된 1965년 공산 쿠데타, 1998년 IMF 체재에서 발생한 민주화운동과 소요사태로 인한 수하르토 대통령의 실각 이후 개혁시대, 디지털과 인공지능 등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과 혁신,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필자가 직접 경험하고 연구한 수하르토 집권기인 신질서시대, 개혁시대 및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변화하는 인도네시아 사회·문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1990년 초 자카르타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노동부가 주최한 한 세미나 현장. 특강 강사가 청중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음담패설을 구성지게 늘어놓자, 성인 남성과 여성이 참석한 장내에 박장대소가 터졌다. 2000년 이전만 해도 직장에선 남녀 간에 커피를 놓고 야한 농담이 오가기도 했다. 이외에도 여성을 상대로 한 '권력형 성폭력'과 성희롱·성추행이 빈번히 발생했고 피해자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이 같은 사회 현상은 권위적인 수하르토 정권이 붕괴하고 개혁시대를 맞이한 2000년 이후 점차 사라지기 시작한다. 


최근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투' 운동이 인도네시아에서도 각계로 확산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성희롱하는 직장 상사의 통화내용을 공개했다가 오히려 '음란물 유포' 혐의로 징역형을 확정받은 여성이 사면받는 사건이 2019년에 발생했다. ‘바이크 누릴 사건’이라 불리는 성희롱 사건은 인도네시아에서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 문제를 대표하는 사례로 조명받았다. 2012년 롬복섬의 고등학교에서 시간제 행정직원으로 일하던 세 자녀의 어머니인 누릴에게 지난 7년은 악몽이었다. 새로 부임한 교장이 1년동안 성희롱을 일삼았다. 참다못한 누릴은 성희롱 통화를 녹음해 동료직원에게 알렸다. 그 사실을 안 교장은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고소했다. 긴 소송전 끝에 대법원은 외설물을 배포했다며 누릴에게 6개월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에 인도네시아 사회가 분노했고, 의회는 조코위 대통령이 바이크 누릴을 사면해달라고 한 요청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필자가 1980년대 말에 인도네시아에 첫 발을 디뎠을 때만해도 질밥을 쓴 여성은 흔하지 않았다. 한국계 제조공장에서는 작업장의 안전을 위해 질밥을 쓰는 직원의 채용을 꺼렸고, 드물게 질밥을 쓰고 온 여직원에게 질밥 착용을 통제하면, 이 여직원이 속한 이슬람사원의 지도자가 회사를 방문해 항의하는 정도였다. 2000년대 초 개혁시대를 맞아 신질서시대에 억압을 받던 이슬람계가 부상하면서 이슬람 부흥운동이 전개됐고, 여성들에게 질밥 착용을 요구했다. 


“왜 질밥을 쓰는가?”라는 질문에 자카르타에 근무하는 한 직장여성은 “헤어스타일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얼굴 선을 바꿀 수 있어 예쁘게 보인다”고 답했다. 질밥이 종교적으로 여성의 신체적 아름다움을 외부 시선으로부터 차단하기 위한 도구라는 통념에 위배되는 답이다. 오히려 무슬림 여성들은 질밥을 통해 자신의 아름다움과 개성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과거에는 질밥의 색상이 검은색이나 흰색처럼 무채색에 무늬도 없었지만 지금은 색과 무늬만이 아니라 소재와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또 질밥에 어울리도록 디자인된 옷들도 출시되고 있다. 한 언론사에 근무하는 모 여기자는 질밥을 쓰는 이유에 대해 “밤 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중교통을 탈 경우 질밥을 쓰면 남자들이 덜 집적거린다”라고 말했다. 


1990년 초에 발리에 갔을 때, 주도인 덴빠사르 외곽에는 곳곳에 한글로 ‘보신탕’이라고 쓴 입간판을 설치한 현지인 운영하는 개고기 전문식당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대표적으로 수마트라 섬 북부에 사는 바딱 사람과 술라웨시 섬 북부에 사는 마나도 사람들이 개고기를 즐겨 먹으며, 자바 사람 등 다른 지역 사람들도 몸보신을 위해 개고기를 먹는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먹을 것이 귀했던 과거에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개고기는 식품이고 보양식이었다.    


최근 소셜미디어(SNS)에 개를 훔쳐간다는 내용을 담은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다. “개는 음식이 아니다”라는 캠페인도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소셜미디어에서의 캠페인이 개고기 판매 또는 개고기 소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 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행정당국은 이 문제와 관련해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중부자바 수꼬하르조 경찰 당국은 관내 개고기 판매를 근절하기 위해 관련 업소들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에서도 사회·문화에서 비롯된 세대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이를 넘어서 세대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MZ세대(1980~2004년 태어난 세대)’는 집단보다 개인에 무게 중심을 두고 의견을 말하고 행동하는 만큼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사회·문화의 변화는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인과 인도네시아 사람이 오해 없이 소통하려면 언어는 물론이고 서로 다른 문화적 감수성과 문화코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한인들이 양국간 문화의 차이를 뛰어넘어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며 나눈다면 먼 타국 인도네시아에서 문화적 매력을 서로 나누는 세계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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